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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뭐라도 해! : 채식‘사순시기 생태적 단식’ 실천기(사순 제3주간 3.16-21)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들이 생태적 단식을 실천합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사순시기를 맞아 지구를 위한 생태적 단식을 제안했습니다. 생태환경위가 제시한 실천 사항에 맞춰 김수나, 배선영 기자의 실천 체험기를 싣습니다.

1. 재의 수요일(2.26-29) :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
2. 사순 제1주간(3.2-7) : 일회용(플라스틱) 제품 단식
3. 사순 제2주간(3.9-14) : 전기사용량 줄이기
4. 사순 제3주간(3.16-21) :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하기
- 가축이 내뿜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많은 열을 지구에 가둡니다. 대규모 목축을 위한 산림벌채, 수질오염도 심각합니다. 채식을 실천해 봅시다.

5. 사순 제4주간(3.23-28) : 전등 끄고 촛불 기도하기
6. 사순 제5주간(3.30-4.4) : 종이 단식
7. 성주간(4.6-11) : 생태계 회복을 위한 회개와 투신

 

고기만 안 먹으면 된 걸까? 

아버지 산소 오르는 길목에는 한우 농장이 있다. 매년 봄가을, 벌초하러 갈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까맣고 커다란 송아지 눈을 들여다보곤 한다. 큰 소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송아지는 다가가면 알은 체하며 고개를 비쭉 내밀고 눈을 맞춘다. 그 눈동자가 세상 무엇보다 예쁜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눈  맞춤을 하고 돌아가는 길, 딸과 나눈 말은 “우리 이제 소고기는 못 먹겠다.”  

그 뒤 정말 나는 소고기를 먹지 않았을까? 아니다. 나는 소고기를 다른 고기보다 더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정말 두꺼운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 물론 너무 비싸서 먹어 보진 못했지만. 

지난주 나는 고기를 먹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두 발 이상 달린 고기를 먹지 않았다. 엄마들 사이에 없으면 애 키우기 힘들다는 식재료인 달걀, 성장기 때 못 먹어서 아쉬운지 자꾸 먹고 싶은 우유,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생선 때문에 완전한 채식을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 실천은 힘이 안 들었다. 좋아하는 걸 절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날은 마침 생일이라 점심으로 쭈꾸미, 저녁으로 회를 먹었으며, 주말에는 메기매운탕으로 마무리한데다, 중간엔 아이가 먹는 육개장의 국물을 뺏어먹었다. 만약 내가 물고기보다 고기를 더 좋아했거나 완전 채식을 했다면 한 주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얄팍하게 물고기를 고기류에서 뺌으로써 아주 편안하게 생태적 단식을 했다가 아니라 안 했다. 물론 나를 합리화할 근거도 있다. 채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나는 부분적 채식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불편해도 지구를 위해 실천한다가 아니라, 편한 실천만 골라서 했던 것은 아닐까? 기후위기임을 알리는 각종 정보는 우리를 압도하고 공감을 이끌지만, 생활을 바꾸는 것은 수많은 정보가 아닌 의지의 문제임을 실감한다. 그렇게 예쁜 송아지를 만나고도 돌아서면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먹어버리는 나. 그 송아지가 곧 고기임을 전혀 연결시키지 못하는 나. 가슴과 의지는 약하고 머리만 큰 부조화의 덩어리다. 

농어촌사회연구소 이근행 부소장이 농업과 기후위기 관련 한 강의에서 “먹는 것보다 생산에 7배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산업농 방식”을 지적한 적이 있다. 일례로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석유가 7리터 들어간다는 것. 육류 생산을 1퍼센트 줄이면 태양에너지 3조 달러를 투자해야 줄일 수 있는 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것이다. 소고기 대신 물고기를 먹는다고 안락해 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 수입산보다 국산, 육류보다 곡류와 채소, 제철 식재료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육류 생산을 1퍼센트 줄이면 태양에너지 3조 달러 들여야 줄일 수 있는 정도의 온실가스가 감소된다. ⓒ김수나 기자

김수나 기자

 

지구를 위한 채식

1년 전쯤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되도록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 고기를 먹기도 하지만, 적어도 고기를 직접 사서 내 손으로 요리하는 일은 없다. 이번에 4주차 생태단식을 하면서 나와 같은 사람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건강, 동물권, 종교, 환경 등의 이유로 채식을 한다. 그동안은 건강을 위해 고기를 덜 먹었다면, 이번 생태단식 기간에는 환경을 위한 실천이었는데, 사실 환경을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하고 사찰음식 레시피로 만든 콩나물잡채. ⓒ배선영 기자

우리가 먹는 고기 때문에 심각한 환경오염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별로 알고 싶지 않을지도. 나조차도 몇 달 전에야 축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마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총 배출량의 15퍼센트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량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산업식 축산이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인 데드존(dead zone)을 확대시킨다고 한다. 데드존은 1992년 이래 75퍼센트 증가했다. 또한 "대규모 산업식 축산 농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 살충제, 가축을 위한 약품들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온다."

먹거리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 중 하나가 플렉시테리언 식단(Flexitarian Diet)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붉은 고기를 1주일에 한 번만 먹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식량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56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한겨레> 2019.1.11일자, '과학자들이 권하는 ‘기후변화 억제 식단')

고백하자면, 이런 구체적 정보는 글을 쓰기 위해 찾은 것이지 실천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실천보다 이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더 부담되고 어렵다. 내가 하는 실천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실행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겁지 않고 소박하게 내 실천을 기록하자고 생각했지만, 그러려면 며칠간 먹은 식단 말고는 쓸 말이 없다. 이번 생태단식이 지구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글을 쓰면서 비로소 의미를 곱씹어 본다.

사순 제3주간 육류 소비 줄이기를 실천하며 먹은 음식의 기록. ⓒ배선영 기자

배선영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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