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생태적 단식’ 실천기(사순 제2주간 3.9-14)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들이 생태적 단식을 실천합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사순시기를 맞아 지구를 위한 생태적 단식을 제안했습니다. 생태환경위가 제시한 실천 사항에 맞춰 김수나, 배선영 기자의 실천 체험기를 싣습니다.

1. 재의 수요일(2.26-29) :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
2. 사순 제1주간(3.2-7) : 일회용(플라스틱) 제품 단식
3. 사순 제2주간(3.9-14) : 전기사용량 줄이기
- 사용하지 않는 전기콘센트를 뽑기부터 가정용 태양광 설치 등의 결단까지 실천해 봅시다.

4. 사순 제3주간(3.16-21) :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하기
5. 사순 제4주간(3.23-28) : 전등 끄고 촛불 기도하기
6. 사순 제5주간(3.30-4.4) : 종이 단식
7. 성주간(4.6-11) : 생태계 회복을 위한 회개와 투신

 

전기, 아끼는 것을 넘어서겠다!

내가 전기 절약을 위해 오래 해 온 실천은 안 쓰는 전기용품 플러그 뽑기, 전기밥솥 안 쓰기, 찬물 세탁과 설거지, 실내온도 적정선 지키기 정도다. 이제 습관이 돼 어렵지 않다. 

반면 지키기 어려운 것도 많다. 나는 계단이 힘들어서 가능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탄다. 참을성이 없어서 닫힘 버튼을 바로 눌러 버리고 혼자여도 이용한다. 또 추위를 많이 타서 잘 때 일인용 전기장판을 쓴다. 회사에서는 4월까지도 책상 밑에 전기난로를 튼다. 실내온도는 높지 않아도 괜찮은데, 잘 때 등 시리고 일할 때 발 시리면 힘들다.

이번에 알아보니 전기 난방기는 전구식 형광등(20와트) 50개 이상의 전력을 써서 ‘전력 과소비 기기’라고 한다. 마음에 걸려 이번 한 주 동안 전기난로 대신 무릎담요를 썼다. 실천주간이니 그저 참아 보자며 썼던 무릎담요는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발이 아니라 다리가 시린 것이었다! 무릎담요로 다리를 감싸니 냉기는 못 느꼈다. 이 간단한 실천을 왜 하지 않았을까? 아니 왜 해 볼 생각도 안 했을까?

나의 생활습관 가운데 이처럼 바꿀 수 있는데도 바꾸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퇴근할 때 전열기 플러그를 꼭 뽑고, 모니터까지 끄며 나름 전기를 아끼고 생활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얄팍했는지 깨달았다. 안 쓰겠다는 다짐은 못하지만 이제 전열기는 아주 가끔만 쓰겠다.

350개 시민사회종교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각 정당에 기후위기 정책을 질의하고 그 결과를 평가했다. 질의대상은 원내정당 9곳, 원외정당 1곳에 질의했고, 이 가운데 6곳이 답변하고, 4곳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

이참에 전기장판도 꺼 봤다. 어려웠다. 등이 시린 것은 더 참기 어려웠다. 바로 다시 켰다. 마지막 날엔 장판을 안 틀고 얇은 점퍼를 입고 잤더니 춥지는 않았지만, 둔해서 싫었다. 전기장판과의 이별은 시간이 더 걸리겠다. 내복으로도 막을 수 없는 한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리라.

자나 깨나 내 삶은 전기로 유지된다. 나를 살게 하는 이 전기는 김용균 씨, 그리고 수많은 용균 씨들이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만들어 낸다. 그렇게 누군가의 삶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또다시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용균 씨들이 더 나은 일터에서 일하도록, 우리가 쓰는 전기가 누군가의 삶과 자연을 착취해서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아끼는 노력만으론 안 된다. 그러니 이번 총선 때 신중하게 표를 던져야겠다. 정당별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러 이만 가 봐야겠다.

김수나 기자

 

 

에어컨 설치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 달 전 부모님이 이사하면서, 쓰던 에어컨을 주셨다. 비록 더위를 먹더라도 에어컨 없이 그럭저럭 여름을 났었다. 그런데 이번 실천 내용이 ‘전기 절약’인 것을 알고, 거실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 에어컨을 보니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한숨이 나온다.

2년 전의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아파트 전체가 2-3차례 정전이 되었다. 정전이 있은 뒤, 주민이 대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6-8시 사이에 전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블랙아웃이 되었으니 전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가 붙었다. 그 공지를 보고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한 번 더 다짐했었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에어컨이 있으니 마음이 흔들린다. 올해는 또 얼마나 더울 것인지 그리고 몸에 열이 많은 동거인의 소금기 배인 티셔츠를 생각하니 고민이 깊어진다. 에어컨 설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에어컨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봤다.

“룸에어컨은 선풍기 20-30대, 벽걸이 에어컨만 해도 선풍기 10대 이상을 틀 수 있는 전기를 소비한다. 이는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린다. 더 큰 문제는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다. 냉매 가스 자체가 온실가스인 때문이다.” (<한겨레>, 2016년 7월 8일, “더우니 틀고 트니 더 덥고, 에어컨의 두 얼굴”)

2년 전 여름, 전력 과부하로 아파트 전체 전기가 끊기는 블랙아웃이 있었다. ⓒ배선영 기자

에어컨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웃집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소음이 자주 들렸다. 나만 에어컨을 안 쓴다고 될까?

평소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장실 60-70퍼센트만 채우기, 전기밥솥 보온 상태로 두지 않기, 대기전력 차단, (관리사무실에서 교체해 준 것이지만) LED 조명 쓰기 등을 하고 있다. 에어컨, 전기장판을 쓰지 않는 것도 에너지 절약 실천의 일부였다. 

이번 생태 단식을 위해 알아보니 온수를 쓸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한다. 곧 샤워시간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다. 또 세탁기를 돌릴 때 소비되는 전기의 90퍼센트가 물을 데우는 데 쓰인다고 한다. 찬물로 세탁하면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실천은 계속 할 것이다. 그리고 에어컨은.... 설치하되 최소한으로 틀던지 혹은 중고로 팔아서 눈앞에서 치워야 할 것 같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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