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반핵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은 이 메시지에서 평화와 안전, 안정성 그 모든 측면에서도 핵무기와 대량살상 무기는 해답이 아님을 강조하고, “평화와 세계적 안적은 상호 파괴의 두려움이나 완전한 절멸의 위협에 바탕을 두려는 어떤 시도와도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 종교계, 시민사회, 핵무기 보유 여부를 떠난 모든 나라, 민간과 국제기구 등 모든 부문이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특히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런 무기가 국가 안보나 국제 안보 차원에서 당면한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핵무기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교회가) 핵무기 금지 조약을 포함한 핵 군축과 비확산이라는 주요 국제법적 수단을 지지하는 데 결코 지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나가사키 폭심지공원을 찾은 교황은 1945년 원폭 투하로 목숨을 잃거나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고, 반핵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팍스크리스티코리아)

다음은 프란치스코 교황 메시지 전문이다.

(번역 :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가사키 메시지(2019.11.24)

(Pope's message in Nagasaki)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곳은 우리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고통과 공포를 가할 수 있는지를 깊이 깨닫게 합니다. 최근에 나가사키 성당에서 발견된 훼손된 십자가와 성모상은 폭격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신체적으로 겪었을 말로 다할 수 없는 공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갈망 중 하나는 안전, 평화 그리고 안정성입니다. 핵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의 보유는 이 갈망에 대한 해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늘 인간의 갈망을 좌절시키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세상은 공포와 불신이라는 사고방식에 의해 유지되는 허위 안보의식으로 안정성과 평화를 지키고 보장하려 드는 왜곡된 이분법이 뚜렷합니다만, 이는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어떤 형태의 대화든 방해하고 맙니다.

평화와 세계적인 안정은 상호 파괴의 두려움이나 완전한 절멸의 위협에 바탕을 두려는 그 어떤 시도와도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 인간 가족 모두의 상호의존성과 공동 책임에 의해 형성될 미래를 위해, 연대와 협력이라는 전 지구적 윤리에 기초해야만 성취될 수 있습니다.

핵 공격으로 인간과 환경에 초래된 끔찍한 재앙을 목격한 여기 이 도시에서, 무기 경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기 경쟁은 인간의 온전한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을 낭비합니다. 수백만 명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점점 더 파괴적인 무기의 제조, 업그레이드, 유지, 판매를 통해 쌓은 재산과 낭비되는 돈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인 것입니다.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모든 사람들의 염원입니다. 이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개인, 종교계, 시민사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나 보유하지 않은 나라, 군사나 민간 부문, 국제기구 등 모든 부문이 참여할 것을 요청합니다. 핵무기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려는, 그리하여 현재의 불신의 풍토를 극복하려는 고달프지만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연결되고 일치되어야 합니다. 1963년, 요한 23세 교황께서는(Saint John XXIII)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핵무기의 금지를 촉구하시면서(cf. No. 112), “진정성 있고 지속적인 국제평화는 군사력의 균형이 아닌 상호 신뢰에 달려 있다(cf. No. 113)”고 천명하셨습니다.

국제 무기 통제 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불신 풍토를 깰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군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는 다자주의가 더 심각하게 침식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상호 연계가 증대되는 오늘날의 맥락에서 볼 때 매우 부조화한 것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의 관심과 헌신이 긴급히 요청됩니다.

가톨릭교회는 민족과 국가 사이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일관되게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하느님과 온 세상 모든 사람 앞에서 반드시 수행하겠다고 다짐한 의무입니다. 우리는 핵무기 금지 조약을 포함한 핵 군축과 비확산이라는 주요 국제법적 수단을 지지하는 데 결코 지쳐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7월 일본 주교들이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매년 8월 일본 교회는 10일간의 평화 기도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기도, 국제 합의를 계속 지지하는 일, 지속적인 대화가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고 정의와 연대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신뢰와 영감을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핵무기 없는 세계가 가능하고도 필요하다고 확신하며, 정치 지도자들께서 이런 무기들이 국가 안보나 국제 안보 차원에서 당면한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길 요청합니다. 우리는 특히 인도주의적이고 환경적인 관점에서, 핵무기의 배치가 가져올 재앙적인 영향에 대해 깊이 숙고해야 하며, 핵 정책에 의해 조성된 공포, 불신, 적대감이라는 풍토가 고조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지구의 현재 상황은 인간의 통합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 2030 의제의 복잡하고도 어려운 이행에 지구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합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1964년에 많은 제안을 하셨는데, 그 가운데 군사비에서 일부를 떼어 가장 빈곤한 사람들을 돕는 글로벌 펀드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cf. 1964년 12월 4일 언론인 선언, Populorum Progressio, 51).

이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신뢰와 호혜적 발전을 보장할 도구를 만들어 낼 것을 요청하는데, 그것은 지도자들이 이 일에 얼마나 나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도전해야 할 임무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양심을 뒤흔드는 수백만 사람들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곤경에 처한 우리 형제자매의 간청에 귀를 닫을 사람은 없습니다. 대화할 줄 모르는 문화가 만들어 낸 폐허에 눈을 감아버릴 사람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회심, 그리고 생명의 문화, 화해와 형제애의 승리를 위해 날마다 함께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공동의 운명을 추구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형제애를 요청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 누구라도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삼으소서.
증오가 있는 곳에 사랑을 심게 하소서
상처가 있는 경우, 용서를,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으소서.

무관심으로부터 우리를 뒤흔들어 놓은 이 놀라운 기억의 장소에서, 우리가 신뢰감을 가지고 하느님께로 눈을 돌리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되도록 가르치시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인도해 주시기를 하느님께 요청합니다.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가족, 그리고 이 나라 전체가 번영과 사회적 화합이라는 축복을 누리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