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교회법전" ⓒ왕기리 기자

저희 공동체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목을 수행 중인 형제들이 많습니다. 개강을 맞아서인지 공동체의 아침 식탁에서는 드물지 않게 수업 관련 화제가 오고 갑니다. 

가르치는 주제에 관한 것들도 있지만 형제들이 과거 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갑니다. 오늘 아침 듣게 된 이야기는 “교회법”. 더 정확히는 그 수업을 가르쳤던 교수 신부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침식사는 자율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략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에 식당에 나가면 비슷한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아침식사 때 만나는 형제 간의 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구성원 중에는 공교롭게도 로마에서 예수회가 운영하는 대학인 그레고리안 대학교 출신이 여러 명입니다. 덕분에 로마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우연히 오늘 아침에는 로마에서 공부했던 신부님들이 “교회법” 교수님에 관한 공통의 기억을 나눠 주셨고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그것은 교회법 수업때 교회법의 정신을 설명해 주셨던 교수 신부님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들 교회법이 신자들의 삶을 옭아매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교회법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수업 마지막 날 두 가지를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첫째, 자신은 교회법을 통해 교회법에 묶인 이들을 풀어 주고 싶었기에 교회법을 선택했다는 점.

둘째, 늘 교회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영혼을 구원하는 일임을 마음에 새길 것. 

그래서 죽음에 임박한 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 자비보다 더 큰 법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신부님은 공동체에서 학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감싸 주셨다고 하니, 일상에서도 학생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도록 해 주신 분이었던 셈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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