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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제2의 촛불혁명이 필요하다[서평 - 김지환]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

“가슴 깊이 내면화한 물질적 이해관계를 털어내고 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함으로써 완전한 적폐 청산을 이뤄낼 때까지 마음의 촛불을 끌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민주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 해방을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온갖 두려움이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부터 혁명’이 중요한 까닭이다."(156쪽)

민주주의, ‘촛불’로 꽃피운 위대한 유산

1980년 5월 광주를 비롯해 우리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는 한국 현대사 내내 힘겹게 얻어 낸 위대한 유산이며, 그 부단한 과정은 촛불혁명으로 꽃피웠다. 촛불혁명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명쾌한 결론을 끌어냈다. 우리 역사에서 혁명을 통해, 부당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낸 최초의 사례였다. 시민의 요구가 비폭력으로 발현했으며, 끊임없는 함성이 꿈쩍하지도 않을 것 같은 의회 권력을 움직여 이끌어 낸 성과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새로운 민주주의 혁명이었으며, 새로운 시민혁명의 모델을 제시해 주었다.

세계는 경이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았으며, 촛불시민 모두는 ‘에버트상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 강수돌 교수는 촛불혁명의 위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더욱 진전된 ‘생동성 민주주의’를 제안한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 강수돌, 파람북, 2019. (표지 제공 = 파람북)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선 생동성 민주주의

먼저 강수돌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신주단지처럼 여겼던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넘어서자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만큼 독재 권력의 언어혼란전술에 악용된 말은 없다. 자유민주주의에는 자유도 민주도 없었지만, 수많은 저항의 담론과 움직임을 ‘빨갱이’로 덧칠하고 이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 버리고 만다.

저자에게 자유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절차와 실체의 양면에서 완성되더라도, 자본 계급이나 그 대변자 계급을 위한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사람들인 우리 시민이 참 주인이 되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으로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생동성 민주주의'(vitality democracy)를 제기한다.

생동성 민주주의는 상품, 화폐, 자본의 가치 범주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간 및 생명 가치 차원으로 바꿔 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생동성 민주주의’는 시민을 참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며, 권력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권력을 더 이상 결정권(영향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역량(자율성)으로 보며,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여기서 정치가, 행정가는 시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적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다. 저자가 제기하는 생동성 민주주의는 상품, 화폐, 자본의 가치 범주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간 및 생명 가치 차원으로 바꿔 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저자가 말하는 생동성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특히 성장중독증은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병폐의 뿌리다. 최근 발생한 한빛 핵발전소 사건은 이와 관련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 돈이나 고용 같은 이해관계 때문에 ‘신고리 5, 6호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자’는 60퍼센트의 우리 일부 역시 생명과 평화의 긴 시각에서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이처럼 다수가 이미 인간적 필요보다 물질적 이해관계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강수돌 교수의 생동성 민주주의는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민주주의인데, 특히 이와 관련해 전문가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늘 그렇지만, ‘뉴스 보기가 겁난다.’ 건설토목 전문가들에 의해 4대강 사업이 강행된 뒤 22조 원짜리 녹조라떼가 나왔고, 회계 전문가들이 수치를 조작해 2600명 이상의 쌍용차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조장했으며, 지질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돈으로 경쟁까지 시켜) 활성단층 위에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지었다.”(108쪽)

제2의 촛불혁명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촛불혁명을 통한 불의한 권력에 대한 심판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은 1차 촛불혁명의 완결판이다. 촛불시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예사롭지 않고, 그만큼 촛불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엄중하다. 저자는 이제 더 긴 여정의 2차 촛불혁명을 제기한다. 촛불시민들과 민주 정부가 호흡을 맞춰 가며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2차 촛불혁명은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곳곳에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2차 촛불혁명은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걸림돌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에는 반공 수구 기득권 집단 및 그 맹목적 추종 세력의 존재이며, 다른 편으로는 자본주의 상품 물신주의를 벗어나 그 너머를 상상하지 못하는 개혁 세력 내지 현실적 대안 세력의 자체 한계다. 저자는 이런 걸림돌을 넘어서야 참된 경제 민주화, 나아가 참된 민주주의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이를 위해 경제 민주화 내지 민주주의에 대한 심층 토론을 전 사회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저자가 말한 커다란 걸림돌을 비롯해 온갖 적폐가 곳곳에 상상 이상으로 쌓여 있다. 저자는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갑질 행위, 감정 노동, 사법 농단,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살충제 달걀, 새로운 강사법과 자본에 휘둘리는 대학, 학벌 사회 같은 주요 이슈를 불러내면서,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과제가 얼마나 많이 산적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친다. ‘깨어난 시민의 조직된 힘’이 더욱더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살림의 경제학자 강수돌 교수가 작정하고 쓴 ‘민주주의론’은 저자가 밝혔듯이 “정치학 책이라기보다 하나의 시민 교양서”로서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 왔던 민주주의가 안녕한지 성찰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떠한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할지를 모색하게 해 준다.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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