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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자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방법은?[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이제 성경을 읽자. ⓒ왕기리 기자

요즘 신앙생활에 눈을 뜨고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의 문제에도 귀를 기울이며 함께 힘을 보태고 있는 친구랑 신앙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일하면서 만나게 된 개신교 신자분이 있나 본데, 종종 제 친구가 세월호나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해 연대의 노력을 보일 때 이런 사회참여가 성경에 나와 있느냐 하며 질문한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자신이 뭔가 의미 있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개신교 신자 지인이 성경의 근거를 캐어 물으면 뭔가 속 시원히 답을 할 수 없고 부끄러워진다고 합니다.

뭐.… 제 친구만의 경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은 성당에 다니면서 몸에 배인 습관에 근거를 두거나 좋아하는 성직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성경에 근거를 두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언급하면 살짝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경을 우리는 그만큼 잘 안 읽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라는 개신교의 종교개혁 시절의 모토를 그대로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내에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교부들의 가르침이나 전례적 전통,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던 실천적 교회의 모습 등을 경시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개신교에도 매우 다채로운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부 주류를 형성하는 한국의 개신교가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총” 등을 외치고 있는 것이지 실천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며 겸손한 현실참여를 모색하는 개신교의 흐름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제 친구가 경험하고 있는 머쓱함은 나름 긍정적인 감정으로 보입니다. 성경을 그만큼 소홀히 했다는 자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끄러움은 우리의 신앙을 고무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성경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읽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경을 통해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겠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비로소 정말로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개신교 신자들이 성경을 토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는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라도 그 구절을 함께 묵상해 보는 겁니다. 그분들의 이해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경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성경공부를 하며 유익한 것은 다양한 해석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단답형의 해석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예수님이 보여 주신 명징한 삶의 태도를 가톨릭교회는 사회적 실천의 표본으로 삼아 왔습니다. 마태오 복음 25장의 내용은 두고 두고 울림을 줍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말씀에 따른 실천이 없었다면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병원 등의 구호 시설을 열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탁아시설이나 학교를 운영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성경 지식이 미천할지 몰라도 어려운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이들이 바로 우리임을 깨닫고 성경을 날마다 읽도록 합시다. 성경구절이나 절, 장을 잘 못 외는 것이 부족함이 될 리 없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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