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의 눈을 보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텔레비전 생중계로 한 연설이 끝나자마자 가톨릭계에서는 비판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고 미국 주교회의가 운영하는 통신사 <CNS>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8일 9분에 걸쳐 연설을 했는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연설로 황금시간대에 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계 기관과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 쓴 단어들이 선동적이고 거짓이라고 비판하며 그와 의회가 이민 문제, 특히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우고 있는 장벽 문제에 이번 연설과 다른 해결책을 찾고 (이민자들에게)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이 장벽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포함된 새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해 12월 22일 자정부터 일부 부서가 업무를 중단하고 문을 닫은 상태다.

트럼프는 “지난 여러 해 동안, 수많은 미국인이 불법입국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으며, 우리가 지금 당장 (이를 막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추가로 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마약 문제에 대해 “우리의 남부 국경은 어마어마한 양의 불법 마약이 들어오는 통로다. 메트(히로뽕), 헤로인, 코카인, 펜타닐 등이다. 헤로인만으로도 매주 우리 국민 300명이 죽임당하고 있고, 그런 불법 마약의 90퍼센트는 남부국경을 건너온다”고 했다.

그러자 곧바로 여러 뉴스 매체는 사실을 검증하며, <범죄학> 등에 실린 연구들을 보면 “불법이주민이 늘어난다고 폭력사건이 늘지 않는다”, 또한 미국에 수입되는 마약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국경 검문소를 거치므로 더 많은 장벽을 세운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수도회인 스칼라브리니회와 연계된 싱크탱크인 뉴욕의 “이민연구센터”는 2016년에 센터가 낸 연구논문 가운데 (장벽이 없어서 불법이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미국의 불법이민자 수는 1080만 명으로 줄었으며, 이는 근래 최저치”라고 밝힌 내용을 배포했다.

또한 미국주교회의 이주민위원장인 조 바스케스 주교는 1월 10일 성명을 내어 미국은 국경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박해를 피하고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오는 이주민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공포를 심어 주거나 증오를 내보이지 않고도 국가 안전과 인간적인 이주민 대우를 둘 다 실천할 수 있으며 또 그리해야만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그러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1월 8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로 한 9분 연설에서, 국경 장벽 등 이주민 문제 등에 관한 자신의 강경책을 다시 한번 옹호했다. (사진 출처 = CNS)

한편 연설 직후, 자비의 수녀회는 1월 8일 트위터에서 그의 연설이 “거짓과 공포, 분열에 뿌리를 둔 (트럼프의) 수많은 연설이 또 하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자비의 수녀회는 이 연설이 미국 가톨릭교회가 전국이주민 주간(1월 6-12일)을 지내고 있는 중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주민주간에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이주민과 난민들, 그리고 인신매의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지원활동을 한다.

또한 연설 다음 날인 9일 아침에는 텍사스 주에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브라운스빌 교구의 대니얼 플로러스 주교는 “(장벽 앞의 이주민) 어머니와 아이들은 우리 자신도 치명적 위험이라고 보는 아주 범죄적인 분자들을 피해서 왔다. 이들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면서도 위험을 제어하는 대응을 지속할 능력이 우리는 없는 것인가?”라고 트위터에 썼다.

현재 브라운스빌 교구는 교구 소유 땅 위에 (이주민을 막는) 장벽을 세우려는 정부 관리들과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뉴저지 주 뉴어크 교구의 조셉 토빈 추기경은 9일 성명을 내고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우리의 이주민 형제자매를 묘사하는 데 쓴 비인간적 단어들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남녀, 어린이들은 그저 숫자도 아니고 범죄 통계도 아니며 각자의 살아온 이야기와 역사를 지닌,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국경지역인 텍사스 주 매캘런을 방문했다. 그러자 엘패소 교구의 마크 세츠 주교는 “대통령이 국경에 서 있을 때, 폭력과 가난을 피해 오고 있는 이들의 눈을 자비의 마음을 갖고 들여다보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이민연구센터의 도널드 커윈 사무총장은 대통령과 의원들이 (이들 이주민을 발생시키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의 “북부 삼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박해와 폭력의 상황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정부가 난민을 만드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보호를 구하며 국경순찰대 앞에 나서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는 (가족 떼어 놓기, 필수 구금, 절대 불관용, 입국 거부 등의) 비인간적 정책을 그만두고 취약한 처지의 여성과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한편, 지난 수년간,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상당수의 민주당 인사들은 2016년의 대선 기간 중에 국경에 세우는 장벽을 지지하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이민자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민주당이 장벽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자기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며 이들은 위선적이라고 반박한다.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news.com/services/englishnews/2019/catholic-groups-and-others-rail-against-trump-border-crisis-speech.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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