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와 미사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평위, 이주사목위원회가 인권주일과 사회교리주간을 맞아 난민 문제의 뿌리와 적절한 대응책을 살폈다.

이 세미나는 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민과 난민 : 평화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난민에 대한 배척과 가톨릭 교회의 환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은 심유환 신부(예수회 난민봉사기구 한국대표)는 아프리카와 남수단 등의 난민캠프 체험을 통해 “난민에 대한 혐오는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라고 말했다.

심 신부는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 난민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냉정하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격앙된 감정이 아니라 차분하게 담론화해서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라는 좋은 선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과 이민의 문제는 단지 인권단체나 법률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종교가 난민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 사회가 더 깊은 갈등에 빠지지 않고 버티는 것을 봐 왔다면서, “난민이 누구이며, 난민으로 인해 그 사회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뀌었는지 구체적인 통계와 근거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에게 난민은 누구인가”라며, “국제법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정치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들이라고 규정하지만 사실상 오늘날에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법은 4가지로 난민을 규정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이 밖에 전쟁이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한 난민까지도 허용하고 국제기준보다 훨씬 넓게 이해, 포용한다며, 특히 가톨릭교회 안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과 관련된 여러 가짜뉴스와 두려움 가운데, “이슬람인은 테러를 위해 다른 나라에 왔다”는 인식을 두고, “사실상 이슬람인에 의한 테러는 난민 2세대이며, 1세대가 그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며, “오히려 난민들은 문제를 일으키기 어렵다. 오히려 난민 1세대가 이 사회에서 통합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알고 바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사회에도 가난한 이들이 많은데, 왜 난민까지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물론 자국민이 우선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자기 국민을 보호할 힘을 잃었을 때, 국제사회는 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에 개입할 의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난민을 지원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하게 협력을 구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인 지원이 답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실질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는 “우리사회의 배타와 혐오: 왜 이방인을 혐오하는가”, “이주, 난민에 대한 교회의 관점”, “이주노동자(이민자)에 대한 배척과 환대”, “이방인 환대와 사목적 접근”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사회의 혐오 현상과 그 원인을 짚은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는 이방인에 대한 증오범죄나 물리적 폭력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라며, 한국사회는 “(심리학자 올포트에 따르면) 사회구조에 이질적 요소가 많고, 사회변화가 급격한데도 소통과 지식의 전달이 막혀 있고, 소수집단의 규모가 커지며, 착취로 이익을 얻고, 동화주의나 문화다양성이 허용되지 않고, 화의 분출이 억제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사회는 “혐오 표현에 이렇게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무대응을 하고 있다며, “범국가적 차원의 조치, 관련 법률, 정치지도자나 사회 유력인사의 책임, 차별행위나 증오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혐오’는 막연한 편견과 거부감, 경제사정 악화와 취약한 개인, 선동가와 확산 매체의 등장, 혐오나 차별에 대한 정치사회적 대응 실패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해악은 우선 대상이 되는 소수자의 정신적 고통, 사회구성원의 지위 박탈, 인정 권리 침해 등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혐오 표현은 확장되면서 폭력으로 바뀌고 결국 절멸/제노사이드로까지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사회적 편견이 혐오 표현으로, 차별과 증오범죄 그리고 집단 학살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혐오와 혐오표현, 증오범죄에 대해서는 포괄적이고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대안이라면, 혐오와 증오범죄를 형사범죄화, 차별구제, 민사구제 등 여러 규제방법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해야 하며, 동시에 교육, 소수자 지원, 차별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 각 영역의 자율적 규제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혐오에 맞선다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혐오와 차별로 고통받는 이웃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실용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서”라며, “결국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회구조적 문제를 무고한 이웃에게 전가하지 않고 본질에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세미나와 미사에는 1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이집트로 피신하는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든 난민 가정의 원형이다”(교황교령 ‘피난가정’ 서문) 이민사목에 관한 첫 교황교령 ‘피난 가정’에서 ‘이주의 권리’,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까지

이어 남창현 신부(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이주와 난민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가르치고 태도를 취해 왔는지 다뤘다.

남 신부에 따르면 이민과 난민에 대한 보편교회의 가르침은 1952년 첫 교황교령 ‘피난가정’의 발표로 시작됐다. 세계대전의 결과로 생긴 이민의 문제를 집대성한 이 첫 문헌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이주의 권리’에 대해 “이민자에게 이웃이 되어 주라”고 요청했다. 이후 1969년 발표된 ‘이민사목에 대한 훈령’에서 교황 바오로 6세는 “자기 나라에서 살 권리, 이주의 권리, 모국어와 자국문화를 보존할 권리 등 인간의 기본권을 재확인하고, 이민을 특수사목의 대상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가장 최근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이민현상은 교회의 본질적 네 가지 특징을 증명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된다며, 그것이 “인류가족 전체의 일치를 표현하고, 모든 사람을 거룩하게 하고 그들 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기에 거룩하고, 조화를 이뤄야 할 다양성에 열려 있기에 보편적이며, 모든 개인과 민족들을 복음화하는 것에 투신하기에 사도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 훈령에서 교회는 이민을 시대의 징표로 바라보고 이주사목의 가치에서 “환대와 유대”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다. 또 사목의 연대성을 언급하며, “이민현상에 단순히 개인이나, 사제, 수도자, 또는 평신도의 헌신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와 사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 신부는 교회에서 ‘이주’는 인류발전의 장애물이나 장벽이 아니며, 하느님 구원경륜을 관통하는 인류의 본질적 요소로 본다면서,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이주현상을 도외시하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기회로써 책임감 있게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대항해야 하는 것은 거대한 악이 아니라 파편화되고 평범한 형태를 가진 미시적 악이라면서, “(이주와 난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미시적인 악은) 익숙하지 않고, 낯선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증오는 맥락을 지니며 그 맥락의 시작은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두려움에 대한 교회의 대안은 복음적 상상력”이고, “두려움은 정당성을 찾기 위해 배타적 근거를 편집적으로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증오와 혐오를 만들어 낸다. 이 증오는 상상력을 마비시키지만, 복음을 통해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진 상상력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 두려움의 딱지를 떼어 내는 선봉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이민자)에 대한 배척과 환대에 대해 발표한 김정연 교수(인천대 사회복지학과)는 한국사회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에 깔린 한국인들의 인종에 대한 태도는 단일민족의식, 순혈주의라는 토대에 국가적 위계의식과 경제적 계급이 덧붙여진 모습으로, 단순히 ‘인종적’ 분류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진단했다.

또 “차이에 대한 몰인정과 우월의식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인들의 인종적 태도와 양상은 한국사회의 이민자들을 가장 하위계층에 몰아 놓고 인종적, 문화적으로 타자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인들에게 발현되는 인종적 태도의 양상은 “한국사회에 깊이 배인 민족주의 영향, 서구 문화 전반에 대한 동경을 기반으로 하는 인종에 따른 위계의식, 저숙련 생산직에 대한 오랜 차별이 이주민이라는 새로운 ‘하층계급’을 만들어 내고 차별과 배제로 이어짐” 등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이주민들은 일상적 차별을 비롯한 제도적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다문화 사회로의 순조로운 진입에 낙관하고,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주체성을 존중할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이주민의 성격에 따라 차등적 정책과 법률을 적용해, 이주민을 제도적으로 분리시키고 차별을 굳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필요한 태도와 대안은,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한국사회의 정책과 법령에 담긴 제도적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개선을 위한 지속적 문제제기, 언론과 미디어의 이주민 문제 중심적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성찰,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는 여러 형태의 혐오와 차별의 양상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교구 동문 성당 임문철 신부는 제주 예멘 난민을 본당 공동체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 체험을 나눴다.

동문 성당은 시설을 개조해 난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난민을 가정에 받아들여 함께 살기도 했다.

임 신부는 제주교구가 난민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신자와 본당공동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난민들을 도왔지만 정작 제도적, 행정적 지원은 없었으며, 제주도청과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여론은 나빠지고 결국 청와대에 난민법 폐지,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를 청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교회 안에서도 난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며, 한 성당의 난민 퇴거 상황, 난민 지원에 대한 일부 신자들의 반발 등을 언급하고, “이 모든 두려움과 배척은 이슬람이나 난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시민단체들의 협력과 연대 활동 그리고 특히 제주교구 나오미센터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나오미센터는 난민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무한정 지원이 아닌 원칙을 세운 지원 활동을 다각적으로 펼쳤으며, 인도적 체류허가 취득 이후에도 난민들의 현실과 상황에 맞는 지원을 실질적으로 진행했다”며, 난민 지원의 체계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2월 9일 서울 명동에서 사회교리주간과 인권주일을 맞아 난민 '이민과 난민'을 주제로 기념세미나와 미사가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비행사가 되고 싶었지만 난민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는 예멘 청년이 참석해 난민으로 한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앞으로의 삶에 대해 증언했다.

무함마르 씨(가명)는 비행사가 될 꿈을 꾸며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내전이 시작됐고, 파괴된 대학건물 대신 거리 가건물에서 공부를 마쳤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폭격으로 부상까지 입었다고 한국에 오기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전쟁에 참여해서 부상을 입었다는 오해로 숨어 지냈고, 유일한 아들이었던 자신이 탈출해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면서, “갈 수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였지만, 일을 해도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할 돈이 없어 진통제로 버텨야 했다. 그러던 중 제주(한국)가 난민들에게 열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과 나오미센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리도 치료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어를 잘 배우고 싶고, 한국에서 무엇이든 해내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이날 세미나 뒤에는 사회교리주간과 인권주일을 기념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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