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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이 보여 주는 새로운 세계[어린이처럼 - 김유진] "롤러 걸", "인어 소녀", "오 마이 캐릭터"

‘그래픽노블'(graphicnovel)은 ‘그림'(graphic)과 ‘소설'(novel)의 합성어로, 만화처럼 이미지와 글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야기 구조가 일반 만화보다는 소설처럼 복잡한 장르를 말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엑스맨’, ‘아이언맨’ 시리즈 등 마블 코믹스사의 그래픽노블이 대표적이다. 영미권에서 가장 활발히 창작되며 아직 국내에서는 창작보다는 번역작을 더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롤러 걸", 빅토리아 제이미슨 글/그림, (노은정), 비룡소, 2016. (표지 출처 = 비룡소)

밀리언셀러인 "Why"나 "마법천자문" 등 어린이 학습만화를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고 하듯 만화는 더 이상 어린이에게 금지되는 장르가 아니다. 구텐베르크 활자 시대가 이미 막을 내린 이미지의 시대에, 학습만화와 마찬가지로 그래픽노블 또한 어린이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감동을 자아내는 새로운 장르로 관심을 끌고 있다.

"롤러 걸"은 2016년 미국의 유명 아동문학상인 뉴베리문학상을 받고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문학성 또한 인정받은 작품이다. 어린이청소년문학에서 그래픽노블은 더 이상 마블 코믹스류의 대중적 오락 매체로 폄하되지만은 않는다.

이 책은 여자 어린이 주인공이 ‘롤러 더비’라는, 다소 험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 어린이들에게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발레나 댄스가 아니라 몸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격렬한 운동을 통해 어린이 주인공은 성장을 도모한다. 친구나 주변의 인간관계에서도 주체성과 독립성을 지닐 힘을 얻는다. 근력, 지구력, 순발력은 단지 근육의 힘뿐만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힘까지 길러 주었던 것. 남자 어린이 청소년과 달리 여자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운동이 적극 장려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건강한 신체를 통해 건전한 자기 발견과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는 여자 어린이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씩씩함과 꿋꿋함을 안겨 준다.

"인어 소녀",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도나 조 나폴리 글, (심연희), 보물창고, 2018. (표지 출처 = 푸른책들)

"인어 소녀"는 미국의 유명 그림책 상인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의 첫 그래픽노블이다. 환상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었던 데이비드 위즈너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나 그루밍(Grooming) 등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이는 양태를 고발하는 무거운 주제를 한 편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전한다. 바닷가의 작은 아쿠아리움인 오션 원더스에는 진짜 인어 소녀가 산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수족관에 사는 인어 소녀는 자신을 수족관에 가둔 아저씨를 바다의 왕 넵튠이라 믿고 그가 시키는 대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일 듯 말 듯 신비롭게 포장하는 쇼를 한다. 아저씨는 인어 소녀에게, "네가 어떤지 사람들이 보면 모든 게 끝이다, 사람들은 경찰을 부를 거다, 과학자들이 널 실험실로 데려갈 거다, 널 칼로 가를 거다, 사람들은 널 혐오할 거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며 인어 소녀의 심리를 자기 아래로 강제한다. “너는 내 것” “내 보물” “나는 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속이며 피해자가 가해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인어 소녀는 친구를 만나고 용기를 얻어 수족관에서 탈출하게 된다.

"오 마이 캐릭터", 레이나 텔게마이어, (원지인), 보물창고, 2018. (표지 출처 = 푸른책들)

"오 마이 캐릭터" 또한 두 작품에서 발견했던 여성주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여자 주인공 칼리가 학교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의 무대제작팀에 참여하며 경험하는 이야기다. 학교 친구, 선배와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무대 자체가 아니라 칼리가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자기 자신과 주변 친구들이다. 칼리는 학교 사회에서 ‘여학생’으로 갖게 되는 정체성을 고민하고 남자 선배의 성적 정체성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칼리가 얻은 ‘결론’은 없지만 ‘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결론일 것이다.

이처럼 일부 그래픽노블은 여성주의 등 보다 다원적이고 진지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만화의 가벼움과 소설의 고리타분함을 가뿐히 뛰어넘어 문자와 이미지의 새로운 결합을 선사하는 그래픽노블에서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 또 다른 개성과 실험정신을 살펴보기에 충분하다.

김유진(가타리나)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동시집 “뽀뽀의 힘”을 냈다. 그전에는 <가톨릭신문> 기자였고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곳에서 아동문학과 신앙의 두 여정이 잘 만나길 바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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