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섞여 살라, 아니면 악마가 파고든다

최악의 죄인들이라도 성모 마리아 안에서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부패한 이들은 오직 자기 자신의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에서만 의지처를 찾는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다.

그는 10일 발간된 책 “아베 마리아”에서, 마리아는 부패한 남자나 여자의 마음에는 들어갈 수 없는데, 이들은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는 “악마적”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교정사목을 하는 마르코 포차 신부와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성모 기도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데, 일부 내용이 8일 <바티칸 인사이더>에 실렸다.

그는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됨으로서 아주 특수한 환경에 처했음에도 생애 내내 “보통 여성”(normal woman)으로 살았으며, “이 세상의 어느 여성이라도 (그녀를) 닮을 수 있는 그런 여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보통 사람이었다. 일을 했고 장을 봤고, 아들을 도왔고, 남편을 도왔다. 보통 사람 생활을 했다.” “보통성이란 대중(people)과 함께, 그리고 대중처럼 사는 것이다. 사람들 안에 뿌리를 두지 않고 사는 것, 역사 속의 실제 대중과 연관 없이 사는 것은 병든(abnormal) 것이다.”

그는 이러한 (대중과의) 연계가 없을 때 “우리의 적인 사탄이 그토록 좋아하는 죄가 떠오를 수 있는데, 즉 엘리트의 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엘리트들은 대중과 섞여 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엘리트’라는 말을 쓸 때 이것은 사회계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혼의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가 엘리트의 교회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인류의 빛’(Lumen Gentium, 교회 헌장)에서 말했듯, 교회는 성스럽고 신실한 하느님의 백성을 이른다. 교회는 백성(people), 하느님의 백성이다. 그리고 악마는 엘리트를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의 죄를 인식하는 사람은 마리아의 어머니 같은 보호를 경험할 수 있다. 마리아는 우리 죄인들 모두의 어머니이며, 가장 큰 존재로부터 가장 작지만 성스러운 이에게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나는 죄인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나는 가장 썩은 사람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기도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마요 광장의 어머니들"의 고통을 되새겼다. (사진 출처 = UCA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성모가 자기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겪었을 고통을 성찰했다. 이 고통은 지금 수많은 어머니들, 특히 그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어머니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기도 하다.

그는 “마요 광장의 어머니들”의 고통을 되새겼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시절 (국민을 상대로 벌인) “더러운 전쟁” 중에 실종된 자녀들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요 광장에서 매주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침묵 집회를 하고 있는 어머니들을 이른다. 1976-83년 사이에 최대 3만 명이 납치당해 고문당하고 죽거나 실종됐다. (편집자 주- 이 집회 주도자 한 명과 이들을 지지한 프랑스인 수녀 2명도 체포, 고문, 살해당했다. 한국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매주 집회도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

교황은 이들의 고통은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적어도 내 딸의 시체, 뼈라도 봤으면 해요. 어디에 묻혔는지나 알았으면 해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던 중에 2013년에 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 말에는 내가 ‘어머니 기억’이라고 부르는 그런 기억이 들어 있다. 뭔가 육체적인 것인데, 살과 뼈의 기억이다. 이 기억 또한 그 어머니들이 겪는 괴로움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교황은 이어서 말한다, “그들은 내게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런데 그때 교회는 어디에 있었어요? 왜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지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그들과 함께할 뿐이다. 마요 광장의 어머니들이 겪는 절망은 끔찍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동행하는 것뿐이고, 그들의 고통을 존중하는 것뿐이며, 그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뿐이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the-devil-loves-the-elite-says-pope/8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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