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구가 적혀 있는 사제 서품기념 상본.(앞면과 뒷면) (사진 제공 = 박종인 신부)

사제 양성에 관심과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종종 물어오십니다. 서품기념 상본(그림 카드)을 제작할 때 성구를 넣는데, 그게 정해진 것인지를 궁금해 하십니다. 여기서 성구는 서품식과 그 기념 상본에 사용된다고 하여 서품성구라고 합니다.

과연 그것이 꼭 필요한가? 에 대해 답을 드리자면, 꼭 정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서품 기념 상본을 준비하면서 성구를 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이는 주변에서 한 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이것은 하나의 전통으로서, 따져 보면 주교들이 주교품을 받을 때 사목을 위한 좌우명을 성경에서 채택하여 사용한 데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주교의 협력자로서 그 역할을 부여받은 사제들도 사제로서 살아가며 자기 인생의 방향을 잡아 줄 서품성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서품성구에 대해 좀 더 근원적인 사연을 찾아보면, 우리는 예수님의 사명 선포를 만나게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도 일종의 서품 성구를 가지고 계셨던 셈입니다. 예수님이 오늘날처럼 사제 서품을 받으셨다면 당신의 상본에 넣으셨을 그 성구는, 루카 복음(4,18-21)이 기록하고 있듯이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이사 61,1-2)이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잠시 예수님의 권위와 사람을 압도하는 매력을 떠올려 보면, 당신의 신분을 아주 잘 묘사하는 성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서품성구도 떠올려 봤습니다.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루카 10,21)입니다. 애초에 “철부지”란 말을 통해 제가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갇힌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결과적으로 철부지들과 관련한 사목을 하게 된 셈입니다. 청소년사목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종종 제 서품성구를 되새겨 보며 저는 하느님께서 이 길로 가라고 알려 주셨다고 점점 더 믿게 됩니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사제가 되던 그때의 성구를 잊지 않고 있다면 그때의 마음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요. 

참고로 다음의 기사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406명의 사제가 전해주는 '내 인생의 첫 마음’".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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