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며칠 전 보드게임과 관련한 세계대회가 영국에서 열렸나 봅니다. 그 대회에 참가한 절친의 고등학생 조카가 (어느 종목인지는 몰라도) 우승을 거머쥐고 이 실적을 핑계삼아 런던에서 며칠 더 관광을 하려 했습니다.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가야 하지만 런던이 가까운 곳도 아니고 하니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너그러운 분이시길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는 조카가 이왕이면 런던에 있는 한인 본당을 찾아가 그곳에서 사목하시는 수녀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저도 그게 매우 바람직한 생각이라 동의했습니다. 그 수녀님은 저도 매우 잘 아는 분이셨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런던에서 사목해야 할 수녀님이 무슨 이유에선지 부재 중이셨습니다. 옆나라 아일랜드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오신다고 더블린으로 출장을 가신 것입니다. 

바티칸으로부터 멀리 살고 있다 보니 교황님의 ‘사생팬’은 그만한 정성이 있어야 될 수 있습니다. 교황님이 아일랜드를 왜 방문하는지 평소에 일정을 점검했다면, 친구의 조카에게 더블린에 가서 교황님 만나고 오라고 했을 겁니다. 

아무튼 이렇게 수녀님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제가 무관심했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것을 소개해 드려야겠습니다. 지금껏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만 알고 있었지, '세계가정대회'(World Meeting of Families)가 있는지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모임 다 요한 바오로 2세를 시작으로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1994년 로마에서 시작한 세계가정대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려서 2018년 올해는 아홉 번째 대회가 되었습니다. 수녀님은 더블린 공동체의 동료 수녀님들과 이 대회에 참석했던 것입니다.

2006년 7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세계가정대회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회 대회는 1994년 로마에서 “가정, 문명과 사랑의 심장”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2회는 199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고 “가정: 선물과 헌신, 인류의 희망”이 주제였습니다.

3회는 2000년 대희년에 다시 로마에서 “어린이: 가정과 교회의 봄날”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4회는 200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그리스도교 가정: 제삼천년기를 위한 기쁜 소식”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5회는 2006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렸고 “가정 안에서 신앙의 전파”를 다뤘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참석자들을 만났습니다.

6회는 2009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렸습니다. 주제는 “가정: 인간과 그리스도교 가치의 선생”이었습니다. 

7회는 201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가정, 일 그리고 축제”를 다뤘습니다.

8회는 2015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사랑은 우리의 사명: 완전히 살아 있는 가정”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세계에서 모인 가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9회는 2018년 더블린에서 열렸습니다. 주제는 “가정의 복음: 세상을 위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10회 대회는 다시 로마로 개최지가 내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주제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5주년과 청소년 시노드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올해 더블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과거 아일랜드 교회에서 있었던 여러 건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사과를 하셨고 그 피해자들 몇 명을 직접 만나셨다고 합니다. 언론은 이 부분만 강조하여 정작 가정모임의 취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통해 교황께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회가 그 행복을 심각히 훼손했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교회는 계속 깨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가정을 통해 참으로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패턴으로, 세계가정대회도 개최지가 유럽과 비유럽 지역을 교차하며 3년에 한 차례씩 열려 왔습니다. 세계청년대회에는 더 이상 나이 때문에 참가할 수 없다고 슬퍼하는 이들은 이제 가정을 이뤄 세계가정대회를 노려볼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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