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일방적 공표, 강정마을 반대 주민측 강력 반발

해군이 2018년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반대 주민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군은 7월 31일, 2018년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에서 “평화와 민군상생을 위한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며,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 추진과정에서 강정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 사회에 아픔과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제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하게 된 것에 대해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국제 관함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그 간의 갈등을 딛고 민군이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군에 따르면, 국제관함식은 참가국 함정들의 해상사열, 서태평양해군 심포지엄, 부대 및 함정 공개, 기념 공연 등으로 진행되며, 해상사열은 10월 12일에 열린다.

한국에서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1998년과 2008년 국제관함식은 진해, 부산에서 열렸다.

“해군의 안하무인, 바뀐 것은 없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1일 입장문을 통해 해군의 기만적이며 독단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 관함식이 개최의 부당성을 알리고 저항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교감도 없이, 반대주민들이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다음 날 관함식 개최를 공식화한 해군이 말하는 상생과 화합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공표했다.

이들은 지난 7월 28일 강정마을회가 진행한 투표에 대해서도 “너무 조급하고 비민주적인 투표 결정과 진행방식으로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유권자 1/3도 참여하지 않은 결과”라며, “청와대조차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임에도 해군은 독단적으로 제주 개최를 공표했다. 이 과정 어디에 상생과 화합이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또 해군이 개최 발표 전 제주도정에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으면서 지역 언론과 관련기관 등의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힌 것도, “제주도의회는 의원 전체가 서명한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해군은 정부를 통해 이를 중단시키고 강정마을 주민들을 선동해 재결정 과정을 밟게 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이며, 과정 전체가 기만이고 폭력이라고 했다.

강정마을 주민이 해군기지 앞에서 국제관함식 제주기지 개최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반대 주민들은 제주도의회의 반대 결의안 상정을 철회한 제주도의회에도, “해군이 제주를 무시하게 한 것은 의회 그 자신이며, 의원 전원이 발의한 결의안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방문으로 보류를 반복하다 폐기 수순을 밟았다”며, 지금이라도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고 지적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 고권일 위원장은 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관함식 개최 결정에 대한 찬반 간 재논의 계획은 없다며, 현재 무효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번 총회는 개정된 향약 규정에도 맞지 않으며, 마을의 전체 의견이 모아진 결과가 아니라고 했다. “향약 규정상 5년 이상 거주한 주민은 약 1500명인데, 이들 가운데 449명만 참여한 총회 결과가 마치 마을 전체의 의견으로 결정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또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등도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강행해 강정의 평화는커녕 갈등을 증폭한 정부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고,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만드는 관함식이 개최된다는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관함식으로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해군의 입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군사력 과시의 장에 불과한 관함식을 통해 공동체 회복, 치유, 평화를 운운하는 자체가 치명적 오판이며, 마을 주민들은 무엇보다 진상규명과 주민간 공동체 회복을 원한다”며, 정부에 제주 개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제관함식 제주기지 추진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보여 준 태도는 실망과 기망 그 자체였으며, 이는 11년 전 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다르지 않았다며, “마을의 반대 결정을 무시하고 재논의를 요청해 찬반 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의견수렴을 빌미로 관함식을 강행하려는 꼼수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주민 임시총회를 열어 86명 가운데 50여 명의 반대로 관함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강정마을회는 7월 21일 토론회를 열어 관함식 개최 찬성 여부를 묻는 총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고 토론회 당시 해군과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7월 26일, 관함식 개최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동체 회복 사업 추진을 내건 총회가 열렸으며, 주민 449명이 참석해 385명이 관함식 개최를 찬성했다.

앞선 7월 25일,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제주 국제관함식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김의겸 대변인은 “제주 앞바다를 긴장의 바다, 갈등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취지라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며, “강정마을이 기나긴 시간 동안 서로 상처와 고통의 시간이 있었고,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그런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라고 했다.

또 강정마을 총회 결과를 따를 방침이라며, “주민총회는 청와대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 마을 향약에 따라 재심의 총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을 내기로 한 제주도의회도 입장을 바꿨다. 제주도의회는 마을의 갈등해소 등을 이유로 관함식을 여는 것은 오히려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31일 결의안 상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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