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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어두운" 여행, 4.3은 오늘의 역사'제주다크투어' 강은주, 백가윤 공동대표

두 시민사회 활동가가 있었다. 강은주 씨(드보라)와 백가윤 씨(요세피나). 각각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간사였던 두 사람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이 한창이던 강정 마을에서 만났다.

강정 마을 연대 활동을 벌이던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의 4.3 유적지를 찾아다녔고, 그제야 제주 4.3의 상처를 만났다.

마침 결혼하면서 제주에 정착을 결정한 강은주 씨와 마흔이 되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던 백가윤 씨는 자연스럽게 4.3을 위한 일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다음 해가 4.3 70주년이라는 것이나,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고려한 것도 아닌데, 하고자 하니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육지것’ 두 사람은 겁 없이 제주에 내려왔고, ‘제주다크투어’의 공동대표가 됐다.

‘다크 투어’(dark tour)는 재해나 전쟁, 학살의 현장을 통해 “다시는 어둡고 슬픈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배움을 지향하는 여행이다. 대표적으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나 난징 대학살기념관, 뉴욕의 그라운드제로 등을 둘러보는 여행이 있다.

주변의 몇몇은 서울 사람이 제주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제주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스스로 말하지 못하거나 말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4.3에 대해 외지에서 들어와 이야기한다는 것에 고맙다거나 다행스럽다거나 심지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그분들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에 우리는 이제 망할 수도 없다”며 웃었다.

제주다크투어의 기본은 유적지 여행이고 그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 방문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월, 평화재단이나 여러 제주 4.3 관련 연구소, 유족회 등이 정리하고 축적한 자료를 세상 밖으로 더 많이 퍼트리는 일이다.

제주다크투어 백가윤(왼쪽), 강은주 공동대표. ⓒ정현진 기자

강은주 대표는 “우리가 특화해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자료를 찾았을 때, 쉽게 알 수 있도록 지도나 설명 자료를 만든다”며, “영문 자료로도 만들어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하고 특히 온라인 대중 매체를 통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4.3 관련 자료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역시 4.3의 슬픈 역사와 관련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강 대표는 “피해자들은 가족들에게조차 (특히 자식들에게) 특별법 시행이나 대통령 사과가 이뤄진 2000년 이전에는 4.3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대중적으로 알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다.

백가윤 대표는 그동안 이뤄졌던 진상규명 활동, 피해자들에 대한 구술 기록을 외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4.3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한반도의 문제가 되어야 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 현장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주 4.3에 이토록 투신하는 이유, 그리고 이들에게 4.3은 어떤 의미일까?

강 대표는 “국가 폭력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강정 마을 활동을 하면서도 경찰과 해군이 마을 주민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면서도 그랬고, 제주 4.3도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대한 분노로 다가왔다”며, “처음 4.3을 접했을 때, 인권활동가로서 너무 몰랐다는 충격이 컸고, 4.3을 알리기 위한 상시적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으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에 파견됐던 적이 있는 백 대표는 “몇 시간씩 아이들의 사소한 습관과 행동, 취향을 되풀이해 말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보면서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며, “오랜 마음의 준비에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이렇게 큰데, 갑자기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헤아릴 수 없었다. 적어도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들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이 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제주다크투어가 진행한 외신기자 프레스투어. 선흘지역 주민 20여 명이 숨어 있다가 토벌대에 학살당한 도틀굴 현장. (사진 제공 = 제주다크투어)

4.3과 DMZ(비무장지대) 그리고 아시아의 국가폭력 현장

이들이 제주다크투어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70년 전 불행하고 슬픈 사건이 아니다. 제주 4.3의 현재적 부활, “4.3은 지금 여기에도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중”이라는 메시지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가장 마음을 쓰는 것은 투어에 참여하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내다. 이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가장 4.3을 잘 느끼고 알아듣고 또 그들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강은주 대표는 4.3이 일어난 이유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 분단되지 않은 나라를 원한 제주 민중들의 염원이었다며, “최초의 반분단운동이라는 의미와 연결해 보면, 그 염원이 무참하게 짓밟힌 때문에 현재 분단과 비무장지대가 있는 것이다. 강원지역에 안보관광이 많지만, 분단의 원인과 결과가 극명한 두 지역을 연결해 평화와 반분단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백 대표는 “제주 사람들을 ‘불쌍한 사건을 겪은 이들’로 보는 시선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4.3은 70년 전에 무지랭이 민초들이 불쌍하게 죽은 사건이 아니라 단독선거와 미군정 실정에 저항한 항쟁”이라며, “4.3항쟁의 정신을 오늘날에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제주공항이 가장 큰 학살터.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4.3의 현장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투어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만났다고 했다. 처음 알았다며 놀라는 것은 기본, 고맙다고도 하고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냐고 묻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가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한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인 차원의 사과 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청소년팀은 다녀간 뒤 4.3 배지를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또 첫 손님이었던 광주 시민군 출신 여성들은 4.3에 이어 미군기지와 싸우는 오키나와에 함께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 오기도 한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투어를 진행했을 때는 특히 외신기자들이 놀랐다. 10년 이상 주재한 외신기자들도 광주는 다 알지만 제주 4.3은 몰랐다며, “왜 이제야 오픈하냐”고 묻는다.

강은주 대표는 “국가폭력의 비극, 국가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여행이라는 매개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일방향으로 제대로 많이 알리는 것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피드백이 크다. 다양한 후속 활동이 이어지는데, 이런 일들을 잘 구축하면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의 다각적 활동으로 이어지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가윤 대표는 “(일단 많이 와서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주 4.3 현장을 몇 명이 왔느냐는 정량평가보다는 왔던 이들이 돌아가서 그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에피소드가 4.3의 확장이다. 4.3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거대담론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은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아픔이고 비극이지만 4.3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4.3, 성급한 화해보다 충분한 분노가 필요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 70주년 행사에 참가해 홍보 활동에 나섰다. (사진 제공 = 제주다크투어)

4.3의 정명,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에 대해 이들은 “우선 광주 사람들이 5.18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제주 사람들도 4.3을 자랑스러워 하기를 바란다”며, “언제 제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제주를 단지 슬픔과 추모의 대상으로만 불쌍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7년의 세월 동안 저항하고 죽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은 충분한 분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주의 온도”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이들은 4.3에 대한 교회의 역할,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덧붙였다.

강은주 대표는 제주교구 내 천주교 순례길에 4.3 유적지를 연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 했다.

그는 “순례길을 다녀 봤다. 제주의 각 지역이 4.3과 분리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4.3을 언급하지만, 순교자 중심이었다”며,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제주 4.3은 시간과 거리상 단절된 역사로 인식된다. 그 안에는 성찰해야 할 교회의 역사도 있지만, 제주를 멀리 동떨어진 무엇으로 대상화하기보다는 모두 연결된 문화와 역사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그 역사의 주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가윤 대표는 제주의 역사 가운데 ‘이재수의 난’을 언급하며, 우선 천주교의 책임으로 일어난 항쟁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기억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수의 난’(신축교안)은 1901년 당시 제주에 들어왔던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들과 천주교 신자들의 횡포에 저항해 일어난 민중항쟁이다.

백 대표는 “이재수의 난은 1901년, 4.3은 1947년에 일어났다. 이 두 항쟁을 함께 경험한 세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천주교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교회가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더 성찰하고 가야 한다. 이것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4.3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다크투어, 평화 교육이자 인권 교육. 다른 아픔에 공감하기 위한 여행”

제주다크투어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백가윤 대표는 “제주다크투어는 결국 큰 의미의 평화, 인권 교육이다. 이 일을 접한 이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슬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4.3의 아픔에 공감하면 세월호, 미얀마 로힝야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 학살의 장면은 4.3과 로힝야가 다르지 않다. 4.3을 잘 해결해서 과거사 규명의 전형을 만드는 것이 현재 국가폭력을 해결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4.3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냉전의 시작에서 제주가 본보기가 된 것이고, 극명한 냉전의 증거”라는 그는, “세계사적 의미를 읽지 않으면 4.3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오키나와, 타이완까지 확장해서 4.3을 왔던 이들이 그곳까지 가서 동아시아 평화적 감수성을 마련할 계기가 되고 싶다. 실제로 가서 보고 듣는 것만큼 더 좋은 인권, 평화 교육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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