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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국정원 적극 개입경찰청 진상조사위 발표, “정부와 제주도 사과하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 결과, 해군기지 유치와 결정 과정에서 “비민주적 주민 배제,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마을공동체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29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와 제주도의 사과, 경찰과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 진상규명,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 다각적 마을 공동체 치유책과 향후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 조정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또 조사위는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경찰에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경찰청장의 의견 제시, 집회 시 경찰 채증 요건과 방식을 제한하는 규정 개정,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경찰력 투입 요건과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 집회 및 시위 해산 시 안전대책 마련, 국민 통행권 보장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 내용은 1993년 ‘제주해군기지 신규 소요’가 결정되고, 2007년 건설 지역이 강정마을로 정해진 뒤 건설 과정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조사위는 조사 근거와 배경에 대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한) 경찰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와 관련해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또 중대한 내용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서는 “해군기지 유치 및 결정 과정에서 경찰이나 유관기관 등의 개입 여부와 절차적, 민주적 공정성 여부, 경찰 및 유관기관의 반대 활동 약화를 위한 대응의 적절성, 2018년 국제관함식 개최 관련 경찰과 유관기관 대응의 적절성”을 규명했다.

2012년 제주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에서 레미콘 차량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서 있던 사제와 활동가들을 경찰이 강제로 이동시키고 있다. ⓒ강한 기자

조사위가 밝힌 강정 해군기지 반대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 주요 사안은 다음과 같다.

2011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경찰 1만 9688명 동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697명 체포 및 연행, 사법처리 913명
2015년 1월 31일 행정대집행에 대한 비용 8970만 원 청구 및 납부 독촉
해군기지 반대 활동 방해를 위한 국정원과 기무사 개입
서귀포 경찰서 수사과장 등 경찰의 주민 폭행
강정 주민에 대한 해상 출입 차단 및 차량 압수
경찰의 천주교 종교행사 방해
신고된 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고착과 채증, 불심검문, 욕설
해경의 반대 주민 폭행, 관함식 반대 집회 방해
2012년 8월, 미사 중 경찰 투입으로 성체 훼손 사건 발생

국정원, “불법행위 떼쓰기에 대해 제주지검에 엄격한 법집행 요구”
제주경찰청, “인신 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 낮아져”
제주도, “(주민) 분열은 좋은 상황”

또 조사위원회 조사 내용 가운데, 경찰과 해경, 국정원, 제주도 유관기관 대책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 국정원이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적극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음은 조사위원회가 밝힌 2008년 9월 17일 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 진행된 관련 단체 정례회의 내용으로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해군 통제실장 : “찬성 측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예산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제주도 자치행정국장 : “해군을 지원하기 위한 모양새를 요구. 환경영향평가 시 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우려).”

국정원 : “제주지검 관계자에게 불법행위 떼쓰기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 외부 개입 세력에 대해서는 찬성 측에서 문제 제기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

제주경찰청 : “강정마을의 순수 주민과 외부단체 세력의 격리가 중요. 반대측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쉬운 내용으로 신문 광고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고소고발 해줘야 경찰도 조처가 가능하다. 인신 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

서귀포시 관계자 : “반대 측 젊은 사람들이 주동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통제를 못하고 있다.”

제주도 환경부지사 :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드신 분들 사이) 분열은 좋은 상황. 공세적 법집행이 필요하다. 이제는 추진 단계이므로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 해군이 주도해서 공세적으로 할 것(요청).”

조사위원회는 특히 국정원과 기무사가 반대 활동 진압에 깊이 개입한 것에 대해 조사하고, “이들이 경찰에 압박을 가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적극 제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제주청 정보과장, 서귀서장, 정보관 등 경찰 측은 면담을 통해, “해군기지 사업 추진에서 국정원이 가장 상부에서 상황이나 조치에 대한 핸들링을 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경찰은 위법성이 다분히 포함된 조치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2014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기도와 침묵시위를 하는 수도자들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경찰 ⓒ정현진 기자

이와 함께 조사위원회는 강정마을 공동체 붕괴와 경찰 등의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정신건강 실태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밝혔다.

조사위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현재도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주민들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행정, 재정적인 치료 환경 지속성이 필요하며, 주민 화합과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한 정부와 제주도의 공동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조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해군기지를 강정마을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된 것이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부와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점, 설명회와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또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가와 제주도가 반대측 주민과 활동가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 과정에서 물리력을 동원하고, 폭언과 폭행,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고 확인했다.

조사위는 진상조사팀의 한계로 경찰을 제외한 국가기관과 제주도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않았다고 입장을 밝히고, 경찰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강정마을 반대 주민회, “국가의 조직적 마을 유린, 다시 사과해야”
경찰 조사만으로는 정황만 드러나, 전면적 조사 필요

이날 조사위 발표에 대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고권일 공동대표는 “작년 국제 관함식 때, 문재인 대통령이 마을에 와서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것을 사과했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마을을 유린한 부분은 다시 한번 사과해야 한다”고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 조직적 개입으로 마을의 자치권이 유린된 것, 특히 해군이 투표함 탈취를 지시했던 일 등이 밝혀졌다”며 “이는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조직적으로 마을을 유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 조사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 (경찰이) 해군,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등은 조사하기 어렵지 않나. 정황만 드러났지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민주적 절차를 갖추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그동안 정치권은 반정부 시위다, 북한의 사주로 움직인 것 아니냐며 매도해 주민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주민들의 명예를 제대로 회복하는 차원에서 사과와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도 29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해군은 사과하고, 국가와 제주도 차원의 진상 조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해군기지 추진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총동원돼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로 얼룩진 사건임이 드러났다”며 “인권침해는 물론 총체적으로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통해 입지선정과 추진과정을 전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원희룡 도지사에게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박도현 수사(예수회)는 “조사 결과는 환영하지만, 재발 방지 권고만으로는 인권침해를 당한 주민과 공동체, 평화활동가들에게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면서 “이번 결과가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면 좋겠다”고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 제안으로 먼저, “경찰 및 해군은 정부의 하수인이 아니라 정의감을 가지고 주민을 위해 일하는 공인이 될 수 있도록 외부의 인권교육을 꼭 받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도정은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강정 공동체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 파괴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면서, “회복이란 말로 진행된 재정지원사업도 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사결과가 발표와 권고로만 끝나버리면 사실상 바뀌는 것이 없을 가능성도 많다”면서 “정부나 도정은 공동체와 주민의 진정한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는 허울뿐인 재정지원사업 이전에 주민이 원하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전적 보상보다 심리적 차원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보상이 이뤄져야 비로소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는 것”이며 “먼저 공신력 있는 진상조사를 통해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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