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니네베 성 앞에 있는 요나', 렘브란트. (1655)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요나의 아주까리

- 닐숨 박춘식

 

입에서 저절로 신경질이

우두둑 튀어나올 것 같은 무더위에

요나의 아주까리가 잠시 시원함을 줍니다

 

하느님께서 가라는 니네베는 안 가고

요나는 엉뚱한 곳으로 배를 타고 도망갑니다

바다에 던져져 사흘 만에 살아나 결국 니네베로 가서

사십 일 후에 재앙이 내릴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어쭈구리, 임금이 기도하라는 칙령까지 내리지만 믿지 않고

그 망하는 꼴을 구경하려고 언덕에 앉아 내려다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요나의 심통을 모르는 척하며

아주까리를 자라게 하여 더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 아주까리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아하였던 요나에게

다음 날 벌레 한 마리를 내려보내시는 하느님께서도

참 재미있는 분이시다, 웃다가 부채를 다시 잡고 흔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7월 23일 월요일)

 

더위를 이기거나 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신앙인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위 따위는 문제 아니다, 하고 성경을 악착스레 읽거나 또는 산속에 있는 피정 집이나 휴양소 등도 좋을 듯합니다.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며칠 편하게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분을 위하여, 산속에 깔끔한 시설을 교구마다 다양하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갈수록 노인들만 성당에 다니는 모습으로 변하리라는 예측은 누구나 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모든 건물이나 시설 운영은 신앙심만 요구하는 시설이 아니라 비신자에게도 언제나 문을 열어 두어 심신의 휴식을 위한 시설이 더 친근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모든 독자님들께서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빌고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