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빛줄기 (이미지 출처 = Pxhere)

우리 우리는

- 닐숨 박춘식

 

빛이 생겨라, 첫 말씀을 받으면서

빛줄기가 모이고 빛살끼리 만나 함께 갑니다

봄 여름 이파리들은 빛살을 모아

차가운 응달 안으로 한데 엉키어

더 새로운 입춘(立春)을 만듭니다

 

이승을 벗어나는 순간, 달력 없이

빛 시간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팔순이나 고희라는 단어는 축하 의미가 깊어

국밥이 더욱 향긋하리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본디 빛줄기임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빛과 어둠을

아담에게 나누어 주셨다.(집회서 16,16)

 

별빛으로 오신 그분께서는

새벽빛으로 부활하신 그분께서는

오늘도 빛으로 우리 우리를 감싸 안으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7월 30일 월요일)

 

영원한 빛이신 하느님께서, 사람이 살아가는 땅을 만드실 때 첫 작업이 ‘빛이 생겨라’는 말씀입니다. 빛이신 하느님께서는 빛을 나누시면서 무수한 별들을 만드시고, 사람 역시 한 가닥 빛줄기이심을 암시하시는 이야기가 곧 천지창조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그리고 요한 복음서(9,5)에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말씀, 아울러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라는 마태오 복음서(5,14) 말씀 안에서도 사람은 빛이고, 빛의 자녀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완전 무극의 광채이신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시면서 빛을 붙여 주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느님 닮은 빛이지만 ‘빛과 어둠’을 함께 주셨다는 성경 말씀은, 어둠을 따르거나 키우지 말고 선하신 하느님의 자녀답게 항상 바르게 착하게 살아야 함을 일깨워 주신다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빛과 어둠’을 앞에 두고 한반도를 바라보면, 어둡거나 불안한 모습이 자주 보이지만 빛의 자녀들이 꾸준하게 기도한다면 틀림없이 동방의 놀라운 빛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