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주간 -1] 사회교리 교육, 어디까지 왔나

2011년 가톨릭 교회가 인권주일이자 대림2주간을 ‘사회교리주간’으로 제정한 뒤 7년을 맞았다.

사회교리주간 제정을 시작으로 교회 안에서 사회교리를 알리고 가르치는 다양한 활동이 확산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교리는 일부의 특별한 목소리로 치부되거나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으며, 또 누군가에겐 교회 안의 갈등을 불러오는 ‘불편한’ 교리다.

201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사회교리주간 제정을 결의하면서,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현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한국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이 바로 사회 교리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교리주간’이 제정되기 직전인 2011년 7월, 서울대교구 정평위는 ‘사회교리주간’ 제정을 청원하면서, 사회교리 교육은 “우리 사회가 교회 역할에 대해 갖고 있는 왜곡된 인식이 교회는 세상일에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알려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태도”라면서, “그러나 이는 세상 안에서 교회의 사명과 역할을 제시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정평위는 “교회는 매일 새롭게 들이닥치는 ‘새로운 사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이에 적합한 그리스도인의 삶과 실천을 고민하는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라는 나침반으로 신앙의 균형을 맞추도록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교리는 사제와 평신도 모두의 교육과 양성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교회는 사회교리에 입각해 사회문제에 참여하며 선의의 모든 이와 대화하고 연대함으로써 참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교리는 이른바 ‘지킬 교리’로 부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1편 ‘신앙고백’, 2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3편 ‘그리스도인의 삶’, 4편 ‘그리스도인의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교리는 이 가운데 3편 ‘그리스도인의 삶’에 해당되는, 믿음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지킬 교리의 영역이다.

‘사회교리’는 특정 시점에 어떤 필요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을 비롯한 교회의 오랜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3편의 2부는 ‘십계명’을 통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가르친다. 또 사회교리의 본격 기원으로 보는 교황 레오 13세 회칙 “새로운 사태”로부터 역대 교황들의 회칙 “사십주년”, “어머니요 스승”, “지상의 평화”, “민족들의 발전”, “노동하는 인간” 그리고 최근의 “복음의 기쁨” 등 19개의 문헌이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잇는다.

교회의 오랜 가르침과 말씀에 근거하는 사회교리는 복음을 바탕으로 각 시대가 실현해야 할 가치를 세우고, 인간 존엄과 인권을 옹호하며, 공동선을 실현함으로써 하느님나라를 건설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사회교리는 가톨릭 교리다. 구약의 말씀과 "새로운 사태" 이후 "복음의 기쁨"에 이르는 역대 교황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정현진 기자

2011년 이후 교회 안에서는 사회교리 교육과 함께 사회교리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여럿 마련됐다.

2012년 새천년복음화연구소가 연 ‘새로운 복음화와 사회교리’ 심포지엄에서 서울대교구 박정우 신부는 “세속적 가치관의 확산과 영적 삶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대적 도전 앞에서 신앙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사회교리의 보급과 실천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교구 최부식 신부는 “교회의 교육 프로그램이 믿을 교리에 치중되어 있고, 사목자들이 예언자적 용기와 지혜의 부족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사회교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를 지적하며, “결국 이 때문에 본당공동체가 무사안일하고 기복적이며, 집단이기주의적 교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최 신부는, 사회교리는 “공동체 구성과 성취라는 목표를 이루는 지혜의 출발이며, 교회 공동체가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유일한 지혜”라면서, “경험상 본당 사회교리학교는 복음 선포에 대한 신자들의 열의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됐으며, 결과적으로 신앙성숙과 본당 사목 실현에 도움이 됐다”고 사목 체험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연 사회교리학교 한 강의에서 박동호 신부는 “지킬 교리에 해당하는 사회교리는 내용상으로 전체 가톨릭 교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어, 신자들은 결국 교리의 절반만 믿고 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교회는 점점 초월적, 관념적, 추상적인 이야기만 반복하고, 하느님의 계획마저 이 세상이 아닌 하늘에 걸어 두고 있다”며, “예수가 세상에 온 것은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청하라는 교시이며, 사회교리는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교리이자, 교회가 역사 안에서 행했던 오류를 쇄신해야 한다는 요청이고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교리 교육,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회교리학교를 거쳐 간 신자들 아직 1퍼센트에도 못 미쳐

현재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나 사회사목국, 평협 등은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제 양성 과정에서 사회교리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전국의 7개 신학교에서는 ‘사회교리’ 또는 ‘사회윤리’ 과목을 필수로 개설했다.

이 외에도 본당 소모임, 대림이나 사순 특강, 견진이나 본당 신자 재교육 등의 형태로 사회교리를 공부하거나 강좌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은 낮다. 사회교리에 대해 듣거나 교육을 받은 이들은 각 교구별 사회교리학교 총 수강 인원을 넉넉히 잡아도 2만 명 안팎이다. 2016년 한국 천주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자수는 약 540만 명, 이 가운데 사회교리를 알거나 배운 적이 있는 이들은 약 0.3퍼센트다.

사회교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신학자 등도 부족하다. 신학교에서 ‘사회교리’를 필수로 정한 시기도 그리 오래지 않아, 일반 본당에서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사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일부에 머문다.

현재 정평위 등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는 교구는 서울, 대전, 마산, 부산, 수원, 의정부, 인천 등이다. 광주대교구 정평위는 지난해부터 사회교리학교를 중단하고 사회교리를 읽는 소모임을 시작했다. 지난해 첫 모임은 25명이 마쳐 후속 모임을 준비하고 있고 현재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원주와 춘천은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대구대교구, 전주, 청주는 중단됐다. 제주교구는 2011년부터 평신도협의회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시작했다.

서울과 대전, 부산, 의정부, 인천교구는 사회교리학교뿐 아니라 매월, 사회사목 관련 내용이나 사회 현안을 두고 미사와 강의 자리를 마련해 병행한다.

2014년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 동문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1995년부터 가장 먼저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한 서울대교구의 경우, 재수강이나 청강인원을 제외한 등록 수강자 수는 현재까지 5200여 명이다. 부산교구는 1999년 5월부터 사회교리학교 전신인 ‘생활신앙학교’를 운영하다가 2011년부터 사회교리학교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사회교리학교에 등록한 수강생 수는 약 800명이다. 서울대교구 전체 신자 수는 약 150만 명, 부산교구는 약 45만 명이다.

각 교구 사회교리학교를 수료한 이들은 대체로 “내용이 정말 좋고 주변에 알리고 싶다”고 평가하면서 “본당에서 접할 수 없는 내용이고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알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 사제들이 먼저 알고 신자들에게도 알려 주고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는 의견이다.

서울대교구 정평위 박은서 연구위원은 “강의를 들은 신자들이 자체 공부 모임을 꾸리거나 본당에서 특강을 열기를 원하지만, 사제의 의지가 없으면 쉽게 이뤄지지 못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본당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는 많아야 1년에 2-3건 정도라면서, “수강자가 본당에서 분과 활동으로 요청하고, 사제가 수락하면 이뤄지거나 사회교리에 관심 있는 사제가 먼저 본당 특강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흔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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