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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랑 카푸친 프란치스코회가 무슨 관계?[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이런 질문을 꼭 교회상식에서 거론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카푸친 프란치스코회가 언급된 김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따라 사는 대표적 남자 수도회들은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프란치스코 영성을 따라 사는 대표적 여자 수도회는 클라라회입니다.

제가 아는 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직접 설립하셨거나 그 영향을 받아 설립된 대표적 수도회가 셋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설립한 "작은 형제회"(Order of Friars Minor, 줄여서 OFM), 그리고 거기서 갈라져 나온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Order of Friars Minor Conventual, OFMconv)와 "카푸친 작은 형제회"(Order of Friars Minor Capuchin, OFMcap)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모두 들어와 있습니다. 본래 명칭에는 “작은 형제회”가 붙는데, 통상 그 대신에 “프란치스코회”란 이름을 붙여 부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겸손함의 표시로 “작은 형제회”라고 명명했겠지만, 사람들은 프란치스코를 기억하고 싶었나 봅니다. 

세 수도회 모두 누구나 한 번쯤은 입어 보고 싶은 수도복을 입습니다. 고깔 모양의 후드(hood)가 달린 검정색, 고동색(그러니까 카푸치노 커피색)입니다. 검정색은 “꼰벤뚜알 작은 형제회”, 고동색은 “작은 형제회”와 “카푸친 프란치스코회”의 복장입니다. 세 수도회 모두 허리에는 흰색 허리끈을 두릅니다.

언뜻 색깔만 다르지 복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작은 형제회와 꼰벤뚜알 작은 형제회는 수도복에서 머리와 어깨를 덮는 후드(이탈리아어 cappuccio, cappuccin) 부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우선 통옷인 수도복을 입고, 그 위에 따로 후드를 쓰는 것입니다.

반면에, 카푸친 작은 형제회는 후드 부분이 분리되지 않고 통옷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후드의 고깔 부분도 나머지 두 수도회보다 더 큽니다. 이탈리아 말로 후드를 의미하는 “카푸친”이 더 두드러진다는 데서 수도회의 이름이 나온 셈입니다. 그리고 수도복의 색이 에스프레소 커피에 우유 거품을 올린 색이랑 비슷하다고 해서 그 커피 이름이 카푸치노(카푸친을 귀엽게 부르는 말, 존을 조니라고 부르는 것처럼)가 된 것이고요. (그런데 커피는 어찌하여 카푸치노라고 붙었는지 모르겠네요. 작은형제회는 카페라떼인가 봅니다.)

앞치마 두르고 요리하는 수사. 카푸친 작은 형제회는 후드 달린 고동색 수도복을 입는다. (사진 출처 = 유튜브 Capuchin Korea 동영상 갈무리)

의상의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후드가 달린 수도자 복장을 본래 수도자들만이 아니라 중세의 사람들이 흔히 입었던 옷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후드가 크고 깊어지면 세상에 한눈을 팔지 않도록 가려 주는 효과가 있었기에 수도자들은 세상과 분리된 은수자의 삶을 위해 후드를 좀 더 크게 만들어 도입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복장만 놓고 본다면 작은 형제회와 꼰벤뚜알은 활동 성격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카푸친 작은 형제회는 후드가 더 크다는 걸 감안하면 좀 더 은둔자적인 생활을 지향하고 있는 셈이고요.

작은 형제회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에 따라 근본적 청빈을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했다면, 꼰벤뚜알 작은 형제회는 꼰벤뚜알(convent 즉, “수도원의”이란 뜻. 베네딕도회 같은 전통 수도회 회원들이 사는 공간에서 나온 말) 생활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하려 했기에 갈라져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수도회는 13세기 초 거의 동시대에 생겨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카푸친 작은 형제회는 16세기에 생겨난 수도회고, 복장에서 언급했듯이 먼저 생겨난 두 작은 형제회보다는 좀 더 조용함을 추구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2013년 초에 갑자기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하시는 바람에 새로이 선출되신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쓴 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이었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은 예수회 출신 고위성직자였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교황을 보좌해 왔던 수도회에서 회원 중 하나가 아예 교황으로 선출되어도 되는 건가....? 하는, 뭔가 비현실적인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베르골료 추기경께서 자신의 교황명을, 청빈의 삶을 살았던 프란치스코 부제의 이름을 딴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지친 영혼들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계십니다.

예수회원 교황을 통해 예수회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이 많아지리라 기대하였지만, 그분이 프란치스코를 선택하셔서 프란치스코회만 유명해진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매력은 부인할 수 없지요. 더 많은 이들이 이 성인의 가난과 겸손함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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