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교 신자들 '종교개혁' 선언, '종교투명성감시센터' 창립

“우리는 돈의 힘에 굴복한 물신종교, 권력과 유착관계를 맺은 정치종교, 성직자와 수행자, 남성이 모든 것을 독점한 권위종교,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자폐종교, 주술의 정원에 머물고 있는 퇴행종교, 이웃종교의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독단종교, 노동과 구체적 사회현실을 외면한 관념종교를 성찰하고 거부한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성직자와 수행자, 신도, 단체들이 종교 개혁을 선언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종교개혁선언 추진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 종교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각 종단의 개혁을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 10월,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원효 탄생 14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한국 종교에 개혁운동이 필요하다고 공유하고 이른바 '촛불 혁명'에서 비롯된 적폐 청산은 종교계에도 절실하다는 요청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명운동을 벌여 왔다.

추진위원회가 진행한 ‘개혁 선언’에는 12월 26일까지 개인 2175명, 단체 55개가 참여했다. 또 종교가 없는 시민과 3대 종단 외 종교인도 402명이 참여했다.

천주교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574명과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가톨릭일꾼, 가톨릭평화공동체, 부산교구 사회교리실천네트워크,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작은형제회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통합영성네트워크, 해방신학연구소, "We are Church" 한국지부 준비모임.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현재 대다수 대중들이 고통 속에 있지만 종교는 이들을 따뜻이 안아 주지도, 길을 밝히지도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탐욕과 시장질서를 내면화하는 것을 넘어 구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극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조차 없다. 우리 모두 공범자고 탐욕과 이기심을 일소하지 못한 채 남의 탓만 하고, 성직자와 수행자들의 반민주적 언행을 방관하거나 침묵했다”고 성찰하고, “종교와 사회는 깊은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예수와 부처의 진리를 올곧게 세워 공동체를 복원하고 맑고 향기로운 교단을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절 친일과 친미로 일관한 종교인들이 있었지만, 또한 ‘3.1 독립선언’에 동참하고 죽음에 이르는 고문과 투옥의 고초를 감내한 소금과 목탁의 역사도 있다며, “이러한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 계승해 각기 믿음은 다르지만 한 목소리로 한국 종교의 개혁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각 종단이 함께 “절체절명의 위기를 성찰과 혁신, 연대로써 개혁의 기회로 삼겠다”며, “분노가 아니라 자비와 사랑, 권력이 아니라 믿음과 실천의 힘으로 종교개혁을 성취하겠다”고 밝혔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 종단 개혁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또한 이들은 각 종단별 선언을 통해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천주교 참가자들은 인천국제성모병원, 대구 희망원 사태 등 교회 시설, 조직이 자본에 포섭되어 가는 현실, 교회 내 비정규직 양산과 여성 신자들에 대한 구조적 차별, 성직주의 문화 등을 지적하고, “가난한 교회, 남녀와 성직자, 평신도가 더불어 동등한 공동체, 노동 가치의 실현,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 생태적 사회 회복을 위한 즐거운 불편 실천” 등을 촉구했다.

불교는 수행과 재정을 분리해 성직자들이 수행, 포교,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종단 모든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비행 등을 강조했다.

또 개신교는 부당한 교회세습 고발과 교회 공공성 회복, 모든 교인들의 민주적 참여, 배금주의 지양,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와 성평등을 위한 노력 등을 다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추진위원회를 운동단체인 ‘불교, 개신교, 천주교 종교개혁 추진 공동연대’(가칭)로 개편하고, 2019년 ‘3.1절’ 100주년에 종교개혁 추진 국민대회를 목표로 포럼과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추진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교투명성감시센터' 설립 계획도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남은 성역이 되고 있는 종교계의 오랜 관행과 부조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라며, "종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종교투명성감시운동을 전 국민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종교계에 지원되고 있는 국고보조금의 위법한 집행, 신자들의 헌금 유용, 특히 종교인 과세와 같은 정교유착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종교 재정의 투명성, 책임성,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종교계 예산의 투명한 집행과 공개를 통해 합리적 재정 운영, 종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꾀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감시센터는 "종교계 재정 관련 자료 수집과 조사, 분석, 종교계 재정 관련 연구, 교육, 바람직한 종교계 재정 운영을 위한 문화사업과 법, 제도의 개선"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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