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시민단체, 한국 거주 로힝야 난민 등 초청 강연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언제 고향에 갈 수 있는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기 집에 돌아가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로힝야 난민인 파티마 씨가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그는 남편 모하메드 이삭 씨와 함께 11월 22일 저녁 6개 시민단체가 참여연대에서 연 강연회에 나서 로힝야 난민의 상황과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하메드 이삭 씨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한 달간 투옥됐고, 그 뒤 방글라데시, 인도를 거쳐 2000년 한국에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6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고, 2008년 한국에 온 부인 파티마 씨, 그리고 세 아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모하메드 이삭 씨는 로힝야 사람들을 비롯해 이슬람 신자 대부분은 테러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강연을 마치며 “1962년(미얀마에서 네윈의 쿠데타로 군부정권이 시작된 때) 이래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 사람을 죽여도 이슬람 신자라고 해서 사람들은 신경을 안 썼다”며 “우리 마음이 어떠한 것일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로힝야 족”은 미얀마 라카인 주의 방글라데시 접경지대에 주로 사는 소수민족으로,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이 불법이주민으로서 미얀마 국민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탄압과 추방 정책을 펴 왔으나, 막상 건너편의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도 이들은 자국민이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로힝야”로 부르고, 이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제사회도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와 군부, 그리고 많은 대중은 이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며 “벵골인”으로 부른다.

"로힝야"는 지역 이름인데, 이들을 "로힝야'족'"으로 부르면 이들이 원주민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다.

한국에 살고 있는 로힝야 난민 모하메드 이삭(왼쪽), 파티마 씨 부부가 11월 22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로힝야 사태와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한 기자

한편, 이번 강연회에서 김기남 활동가(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는 ‘로힝야 사태’가 지난 8월 25일부터 더 심각해져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작가 조진섭 씨와 함께 10월 10-18일 방글라데시 국경 지역 로힝야 난민촌을 찾아가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8월 25일은 로힝야 족 강경파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미얀마 라카인 주 북부에서 경찰과 국경 초소들을 공격한 날이다. 2016년 10월에도 비슷한 공격 사건이 있었는데, 그 뒤 미얀마 군의 진압 작전으로 수많은 로힝야 족이 피난하거나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김기남 활동가는 군인들의 총기 난사로 시작되는 “작전” 와중에 방화, 집단강간, 실종, 아동 살해,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25일 사건 뒤에 난민이 된 로힝야 사람이 6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통계상 전 세계의 로힝야 사람은 약 230만 명이다.

이날 강연회는 국제민주연대, 생명평화아시아, 신대승네트워크,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참여연대, 해외주민운동연대 코코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열었다. 주최 측은 로힝야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로힝야 사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11월 미얀마, 방글라데시 방문을 앞둔 가톨릭교회에도 관심사다. 11월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달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리는 종교간 회의에서 소수의 로힝야 대표단을 대면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6월 미얀마 주교들은 교황이 방문 기간 중 민감한 문제인 “로힝야”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종교인들이 9월 19일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 족을 적대하는 군사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 11월 22일 강연회에서 사진작가 조진섭 씨가 공개한 동영상. 미얀마 라카인 주,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만난 로힝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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