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길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 "로힝야"는 언급 안 해

11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양곤에서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사진 출처 = UCA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방문 중인 11월 29일 대규모 야외 미사에서 용서를 강조하고 이 나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교회들의 노력을 칭찬했다.

이날 미사에는 15만 명 이상이 참석했는데, 이는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하얀 픽업 트럭을 타고 광장 뒤편에서부터 입장했다.

그는 강론에서 용서를 강조하면서, 미얀마 교회의 자선기구인 미얀마 카루나(카리타스)가 “종교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남녀와 어린이를” 도왔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미얀마에서 많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폭력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라고 했고, 이 말은 버마어로 통역됐다.

미얀마는 50년이 넘는 군부독재 정권 끝에 지난 몇 년 새에 아웅산 수치를 수반으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으며, 또한 주요 민족인 버마 족 정부와 소수민족들 사이의 내전을 수십 년째 겪어 왔다. 최근에는 서부의 이슬람인들인 로힝야 족에 대한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처들에 세속의 지혜로 대응하려는 유혹은, 오늘의 제1독서에 나오는 왕의 행동과 같은 것인데,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우리는 화를 내고 복수를 해야 치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복수의 길은 예수의 길이 아닙니다. 예수의 길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미움과 거부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렀지만, 그는 용서와 자비로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교황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가톨릭 신자가 인구 5100만 명 가운데 1퍼센트밖에 안 되는 미얀마 교회의 노력들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가진 자원과 수단이 아주 적음에도, 많은 교회공동체들이 복음을 다른 소수민족들에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강요하거나 하지 않고 초대하고 환영하는 방식으로 그리하고 있습니다.”

“크나큰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분들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실제적으로 돕고 그들과 연대합니다. 주교, 사제, 수도자, 교리교사들이 하는 날마다의 일을 통해, 그리고 특히 미얀마 카루나가 하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들과 교황청 전교기구들의 관대한 원조를 통해 이 나라 교회는 엄청나게 많은 남녀와 어린이들을 종교나 인종에 상관없이 돕고 있습니다."

미사 참석자 상당수는 오지에서 온 이들이었다. 미얀마의 가톨릭 신자 대부분은 소수민족 지역인 카친, 샨, 카렌, 카야 주에 산다.

11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양곤에서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사진 출처 = UCANEWS)

미사에 앞서,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칼리카산 경기장에 모였다. 이들은 교황차가 입장하여 참석자들 사이를 빙 돌 때 “파파 프란치스코”라고 외쳤다.

북부에 있는 샨 주의 타웅응구 교구에서 온 소 자비누스(60)는 이 미사에 참석해 교황을 꼭 보고 싶어서 새벽 2시부터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교황 방문은 소수종파인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을 두터이 하고 다른 종교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번 방문으로 미얀마에서 평화가 촉진되고 있다고도 했다.

양곤에 있는 성 안토니오 성당 신자로 이번 미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베드로(18)는 자신의 기쁨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면서, 이번에 자원봉사를 한 것은 자기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불교 신자로서 이번 교황미사를 위한 무대를 만드는 데 참여한 쿤툰 아웅은 교황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과 평화를 말하고, 불교도 자비와 사랑을 강조하는데, 교황은 미얀마에 와서 평화를 가져다 줬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다수인 샨 주에 사는 파우 족이다.

그는 자기 고향에서는 불교인이 그리스도교 축제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인도 불교 축제에 오는 등 서로 관계가 좋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과는 따로 양곤의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졌던 로힝야 족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교황은 미얀마 가톨릭교회가 여러 차례 요청한 대로 이번 미얀마 방문 중에 “로힝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로힝야 지역의 원주민이 아니라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벵골 지역에서 온 이들이라는 뜻으로 “벵골인”이라고 부르며 “로힝야 족”이라는 표현을 금기시하고 있다.

교황은 미얀마 방문을 마친 뒤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나라에 처음으로 추기경들을 임명한 바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popes-open-air-mass-biggest-event-in-myanmar-history/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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