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이슬람 소수민족, 민감성 고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미얀마 주교회의가 교황이 방문 중에 “로힝야”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를 제안했다.

교황은 오는 11월에 사상 처음으로 불교 국가인 미얀마를 사흘간 방문한 뒤, 이어 이웃나라인 방글라데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얀마 주교들은 지난 6월 주교회의 총회 중에 이 제안을 주 미얀마 교황대사인 장인남 대주교에게 전달했다.

피야이 교구의 피오네 초 주교는 “이 나라에서는 로힝야 문제가 민감한 이슈이고 교황 방문 중에 안 쓰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피야이 교구는 “로힝야 족”이 있는 라카인 주에 있다.

교황의 미얀마 방문 사실이 알려진 뒤, 미얀마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상당한 소란이 일었다.

라카인 주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불교인들과 (이슬람인인) 로힝야 족 사이에 긴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로힝야 족”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접경지대인 “로힝야”에 사는 약 100만 명의 이슬람인들인데, 미얀마 정부는 이들이 불법이주민들로서 미얀마 국민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탄압과 추방 정책을 펴 왔으나, 막상 건너편의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도 이들은 자국민이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로힝야”로 부르고, 이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제사회도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와 군부, 그리고 많은 대중은 이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며 “벵골인”으로 부른다. (편집자 주- 로힝야 족이라는 말을 쓰면 이들이 이곳 로힝야 지역의 원주민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걱정이다.)

▲ 8월 28일 양곤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얀마 방문에 관한 기자 회견에 참석한 미얀마 주교들. (사진 출처 = UCANEWS)

하지만 <아시아가톨릭뉴스>와 이야기한 몇몇 종교 지도자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미얀마 이슬람종교문제위원회의 운나 슈웨 공동사무총장은 자신은 교황의 방문 소식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사람의 종교지도자로서 미얀마에서 기도를 할 때 로힝야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정치 문제에 대한 간섭 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교황 방문으로 미얀마에서 종교간 화합과 대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했다.

양곤에서 종교간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불교 승려 아신 투리야는 교황이 미얀마를 방문하게 되어서 아주 기쁘다면서, 교황이 라카인 주 문제를 말하는 데에 아무런 염려가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은 교황이 이미 미얀마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피오네 초 주교는 교황의 미얀마 방문은 미얀마에 사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며 미얀마의 평화 건설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따라서) 국제 언론들이 그의 방문을 로힝야 문제와 연관시키려는 것과는 달리 그의 방문 목적은 이 문제와 상관 없다고 지적했다.

양곤에 있는 로힝야 족 정당인 민주주의와 인권당의 챠우민 의장은 로힝야라는 용어를 쓸지 말지는 교황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이 정부 지도자들을 만날 때 로힝야 족의 고난에 대해 토의하기를 호소한다.”

그는 최근에 로힝야 족 강경파들이 저지른 폭력사태를 비난했다. “폭력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8월 25일에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라카인 주 북부에서 경찰 수십 명과 국경 초소들을 공격했다. 지난 2016년 10월에도 비슷한 공격 사건이 있었는데, 그 뒤 군은 진압 작전을 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로힝야 족이 피난하거나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이번 충돌의 사망자는 이미 104명에 이르렀는데, 대부분 로힝야 족 강경파다.

미얀마는 50년이 넘는 군부독재 끝에 최근에야 아웅산 수치를 국가수반으로 민주화의 길을 밟고 있는데, 로힝야 족 문제를 비롯해 변경지대의 여러 소수민족 문제는 군의 권력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myanmar-bishops-ask-pope-not-to-use-rohingya-term-during-visit/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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