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주교, 대통령 추념사에 “경의와 걱정”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베트남전에 대한 인식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한베평화재단은 6월 7일 성명을 내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추념사 중 한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에 대한 인식에 걱정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해 국가가 당연히 예우를 갖추고 보상해야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과 경제발전이라는 논리가 한국 사회와 베트남 사회, 또 국가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명에서 강 주교는 “과거 전쟁을 수행했던 정권의 전쟁 미화와 경제 발전의 방정식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이념과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평화와 외교, 역사적 관점에서 베트남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주교는 “참전 규모가 당사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았던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 규모도 적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한국 정부 차원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피해조사와 진상규명 작업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어 전쟁 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이라며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듯이 우리도 베트남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주교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의 상처를 돌보아야 한다”며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나라다운 나라이며,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2016년 4월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서 열린 한베평화재단 건립추진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이 자리에 임시로 세워진 '베트남 피에타' 상,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 앞에 꽃을 바치고 있다. 왼쪽은 이날 기자회견 중 부모 세대의 전쟁 피해에 대한 글을 낭독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 응우옌응옥뚜옌이다. ⓒ강한 기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우리나라 역사는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다며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후손,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들, 베트남 참전 용사뿐만 아니라 파독 광부와 간호사, 노동자들을 두루 언급하며, 이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나라 경제의 디딤돌이 놓였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파독 광부, 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고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며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서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쟁을 성찰하고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재단은 2016년 4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서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추모하는 뜻을 담은 ‘베트남 피에타’ 상을 소개한 바 있으며, 같은 해 9월 19일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 이사장으로 강우일 주교를 추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