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등 교구의 법적 책임 문제 고민
"교회의 재산권 포기, 수탁 불발 가능성 수용"도 고려

한국 천주교가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법인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대구 희망원처럼 교구 법인이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교구에 법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 총무 정성환 신부는 “우리의 가톨릭 사회복지가 애덕실천만 가지고는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사회복지법인이 전문적으로 맡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10월 25일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복지국가와 복지사회에서의 종교 사회복지의 역할 – 교구와 수도회의 유지재단과 사회복지 법인의 분리 운영’을 주제로 논의했다.

교구 사회복지 담당 사제, 실무를 담당하는 평신도와 수도자, 남녀 수도회 참사위원과 재정 담당자 등 80여 명이 모였다.

부산교구 사회사목국장 김영환 신부는 대구 희망원을 예로 들어 “(교구) 유지재단이 사회복지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게 한다”며, 유지재단이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및 교구장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지재단 소속 시설을 사회복지 법인 소속으로 옮겨야 하고, 이전이 불가능하면 수탁 포기, 일정 부분 재산권 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김 신부의 의견이다.

또한 김 신부는 천주교 사회복지 법인 개선 방안으로 법인과 교구 조직을 완전히 분리할 것, 되도록 상임이사를 교구 조직에서 분리(국장직 겸직 배제)할 것을 제안했다. 법인의 인적 구성 개편으로는 교구장 주교가 이사장(대표이사)을 맡지 않아야 하고, 교구 직제에 속하지 않은 덕망 있는 사제를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의정부교구 대건카리타스 회장 김종민 신부는 ‘재산 분리 문제’에 대해 교구 소속 사회복지 시설을 사회복지 법인으로 옮길 경우, 직영시설은 재산권 상실을 감수해야 하고, 수탁시설은 재수탁 심사 탈락과 이에 따른 시설장 고용 불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교회가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재산권을 “관용적 관점에서 포기”해야 하고, 수탁 불발 가능성을 수용하며, 분리 이전 과정의 행정적, 법적 절차는 법인이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신부에 따르면 교구 소속 시설을 사회복지 법인으로 “출연”하면, “교구의 재산이 사회적 공익 재산으로 변경되므로 이에 따른 교구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이관 과정에서 있을 방대한 행정적 노력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 신부는 “재산에 관련한 보수적 관점에서, 교회 재산의 사회 출연이라는 점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교회가 사회복지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는 이상 그 재산들은 여전히 교회 주체의 애덕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지속”된다면서 “따라서 재산의 상실이 직접적으로 체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교구 사회복지회장 현경훈 신부는 “각종 사회복지 관련 법령의 개정과 지자체의 조례 신설 등에 긴급하게 반응할 수 있는 중앙 컨트롤 타워의 부재, 법인의 지도감독의 한계 등으로 각 시설의 내부 상황을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신부는 “사명의 수행을 위해 가톨릭 사회복지의 정체성을 지켜 나아가며 사회적 책무성의 측면에서 현재의 법령에도 적합한 지혜를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가 10월 25일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교구와 수도회의 유지재단과 사회복지 법인의 분리 운영'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강한 기자

주교회의 총회,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법인 분리 방안 각 교구가 모색”

이러한 모색은 이미 지난 춘계 주교회의 총회에서부터 시작됐으나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날 주교회의 사회복지위는 지난 9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 제출한 "교회 내 사회복지 시설 운영에 있어서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법인을 통합 운영하지 않는 방안 보고서"도 참고자료로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교회의 2017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법인을 통합 운영하지 않는 방안을 각 교구가 모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15개 교구 사회복지회(국)이 교회 사회복지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는 지난 춘계 정기총회 결과 발표 때 공개되지 않았던 소식이다.

이를 토대로 사회복지회(국) 대표 신부, 법인 행정 담당 실무자들이 모여 교구 법인 운영 사회복지 시설, 수탁 시설을 사회복지 법인에 완전히 명의 이전해 분리 운영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 해결 방향 등을 논의했으며, 10월 25일 워크숍에서 공유하고 보완하기로 했다.

한편, 10월 25일 워크숍에서는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한국의 복지국가, 그리고 종교사회복지계의 역할’에 대해,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이 ‘복지사회와 종교복지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워크숍을 마치며 정성환 신부는 “사회복지의 변화 시점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봤다”며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더 자주 이야기해 저희가 올바른 방향으로 비전을 설정하고 나아가는 가톨릭 사회복지인이 되도록 주교회의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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