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회로 가는 길 - 호인수]

북한은 김정은의 나라인가? 미국은 트럼프의 나라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북한은 국호가 명시하듯 인민공화국이고 미국은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보루인데 어떻게 국토와 인민이 개인의 소유일 수 있나? 그럼 한국은? 자랑스럽게도 지난해 촛불은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아무리 안하무인인 김정은이나 트럼프라 할지라도 자신이 속해 있는 나라의 공복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다.

그런데 요즘 북한이나 미국을 보면 슬며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500년 조선이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군주의 나라였듯이 북한 역시 3대를 이은 김 씨 일가의 나라처럼 보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권력이 1인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마치 미국과 지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군주인 줄 아는 모양새다. 그들은 오만방자한 권력자들이 자신은 물론 자국과 타국까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만고의 죄인이 되는 것을 보아 왔을 터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될수록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제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는 모습. (지금여기 자료사진)

신자들의 기부금(헌금, 교무금 등)으로 먹고 사는 성직자는 교회의 공복이다. 공복이 스스로 공복임을 망각하고 기고만장해지면 파탄은 필연적 결과다. 내 생각에 우리 성직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 가운데 하나가 “사람에게 보다 하느님께 복종해야....”(사도 5,29)라는 성서 말씀의 곡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하느님이 선택해서(성소) 주교(사제)가 됐으니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게 우선이다. 신자 대중은 뒷전이다. 나는 예수의 대리자인 목자요 신자는 양이니까.” 세상에 이런 교만과 독선이 또 어디 있는가?

한 나라에 독재자가 활개를 치는 한 대다수 국민은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당장 조국을 떠나고 싶지만 못 떠나고 갖은 고초를 겪어야 한다. 하지만 신자가 교회를 떠나는 것은 실제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실생활에 불이익도 별로 못 느낀다. 작금의 교회에서 소위 냉담자가 양산되고 젊은이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이유다. 개독교에 이어 개톨릭이란 비아냥은 안 되지 않겠나?

부끄럽지만 내 이야기다. 나는 본당신부로 재직하면서 가끔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본당을 주식회사에 비유한다면 여러분은 주주들이고 저는 월급쟁이 사장입니다. 사장은 주주들의 뜻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고 회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주주들이 월급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굶어 죽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본당의 전 직원들은 교우 여러분들 덕분에 삽니다. 고맙습니다.”

대구대교구가 지난 3월에 교구쇄신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는 소식은 꽤 산뜻하다. 기대한다.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원로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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