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신나무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신나무골에서

- 닐숨 박춘식



별을 한참 바라보는 밤에는
순교자들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

신나무골에서
별빛 따라 산 넘고 개울 건너고
또 산을 오르며
더 높은 산 한티로 이어지는 기도 소리

-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 네게 하례하나이다

묵주 알을 매만지며 별 길을 걷는
단테의 신곡을 들은 바 없는 순교자들은
지옥과 연옥을 거쳐
예수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걸어간다
별이 가득한 한티에서
별들의 하늘 어머니 품으로 간다

순교자들 기도 소리는 지금도
신나무골에서 한티로 가는
길섶 나무 사이로 아른아른 들린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11일 월요일)

어느 시골 오일장에서, 장터에 사는 한 교우가 자기 집에서 옹기를 펴 놓고 장사를 했답니다. 이 교우는 자기 집 마당과 붙은 장터이니까 손님이 없을 때는 마루에 앉아 쉬기도 했습니다. 그때 산속에서 내려온 어떤 사람이 옹기를 보고 밝은 얼굴로 잠시 마루에 앉아 쉬고 싶다고 하자, 어서 오시라고 반가이 맞았답니다. 그 손님은 문이 조금 열려 있는 안방 벽의 십자고상을 보고 너무 놀랐답니다. 옹기 주인이 왜 그리 놀라시냐고 하자 “저기 저 십자가를 보면 포졸들이 잡아갈 터인데....” 부들부들 떠는 손님에게 교우냐고 물었고, 작년에 박해가 끝났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 손님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예수 마리아, 예수 마리아 ...” 울먹울먹 기도하였답니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순교 정신은, 순교자들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듣는 것으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구월에는 순교자들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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