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는 순교 자리개 돌 (사진 출처 = ko.m.wikipedia.org)

어느 천주학쟁이

- 닐숨 박춘식


포도대장이, 천주학쟁이들 다 처리했는지 묻자
- 마지막 놈 지금 막 끝냈습니다
애썼다 하며 돌아서는데
- 마지막은 참 대단한 놈이었습니다
형장을 확인하던 포도대장은 입을 딱 벌린다
- 천주님, 천주님, 하며 고함 지르고 발버둥 치면서
흥건한 피로 십자(十)를 그렸다는 말을 듣는다
번쩍 하늘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인 포도대장은
두려운 얼굴로 돌아간다

온몸, 온 넋으로 그리는
십자가 작품은
가장 놀라운 하늘 예술이려니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4일 월요일)
 

순교를 실천하여야 하는 9월에, 우리 신앙의 조상이신 순교자들의 삶을 많이 공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의 성인 행적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순교자들 이야기는 항상 들어도 목이 멥니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어느 교우가 장터에서 천주학쟁이로 드러났는데 사람들이 관가에 고발하지 않고 곧바로 둘러서서 몽둥이로 때렸답니다. 그 교우가 몽둥이를 맞으면서 내내 “천주님 천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 마리아, 예수 마리아.”를 연거푸 부르면서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박해가 없는 지금은 자유로이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상태인데, 어쩌면 느슨하게 여길 수 있는 이때 더더욱 순교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 주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교 정신에 대한 사제들의 강론을 유심히 듣고 차분하게 실천하며 순교자 성월을 깊은 신심으로 보내시기를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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