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가을 하늘 (이미지 출처 = Pixabay)

가을 하늘같이

- 닐숨 박춘식


가시는 곳마다 빛으로 계시니까
계시는 곳마다 들숨 날숨으로 보이니까

하느님에게는 옷이 없다, 그런데
옷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흰 두루마기를 입고 오신다
옷자락에 이름을 적어 출석을 고한다

가을 하늘같이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드물게 만나는 그 사람 모습에서
부드러운 바람을 느낀다
가끔은 빛줄기를 본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하느님과 친하게 또는 하느님과 아주 가까이 사시는 분을 만나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하느님은 단순하시고 말랑말랑하신 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분들이 느끼는 하느님을 상상하면서 시를 지었는데, 조금 복잡한 시가 되어 하느님께 송구함을 느낍니다. 순교자들의 피땀 냄새가 흐르는 9월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늘빛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가을 하늘은 여름의 먼지를 씻어 내는 9월 하늘이 있고, 시월 하늘은 투명한 거울처럼 보입니다. 9월의 하늘 안에서 순교자들을 매일매일 뵈옵고, 우리나라의 통일이 전쟁 없이 이루어지기를 빌어 달라고 앙청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하늘에서는 순교자들께서, 땅에서는 순교 정신을 배우려는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를 바치면 평화 통일의 큰 은혜를 꼭 받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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