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절두산 성지 (이미지 출처 = Jinho Jung이 flickr에 올린 절두산 성지 스케치)

절두산은 기도 중이다

- 닐숨 박춘식

 

- 엄마 엄마

응, 겁나면 예수 마리아 불러

- 엄마랑 있으면 겁 안 나

그래 이제 곧 하늘나라로 갈 거야

- 예수님 만나러

성모님도 만나고 천사들도 만나

 

꼭 껴안은 모녀에게 칼날이 번쩍하자

절벽으로 떨어지는 외마디 기도

‘예수 마리아’는 불꽃으로 변한다

바로 그 순간

아이 어깨에 흰 날개가 팔락거리면서

엄마의 큰 날개를 잡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강물이 피를 껴안고 예수 마리아 부르며

물결 따라 새들은 하늘을 노래한다

피 내음으로 묵상하는 절두산은

지금도 묵묵 기도 중이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순교의 은혜는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지만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두렵고 극단의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어려움을 꾹 참고 하느님만 바라보는 힘은 ‘순교 은총’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순교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특은의 배려는 온전히 하느님의 몫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교는 신앙의 최대 표현입니다. 순교는 하느님께 향하는 사랑의 가장 높은 경지입니다. 순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최상의 기도입니다. 순교는 신앙의 신비를 보여 주는 최고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순교만큼 강하고 놀라운 드라마는 영영 없습니다. 순교자들을 많이 모시고 있는 민족은 멸망하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절두산을 멀리 바라보면서 뜨거운 가슴을 부여잡는 신자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이 땅의 모든 신자들에게 순교 조상들의 전구가 넉넉히 내려지기를 손 모아 빌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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