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사실 저도 경험한 바가 없기에 오늘의 속풀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해 드릴 만한 형편이 못 됩니다. 단지 제가 이해해 온 신앙을 통해 이러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바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천국에 대해서는 몇 달 전에 다룬 속풀이 “사말이 뭐죠?”에서 아주 잠깐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은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한 이들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누리며 영원한 기쁨 안에 일치하는 곳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천국은 보통 어떤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상태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공간적으로는 그곳이 하느님의 거처, 좀 더 구체적으로는 승천하신 예수님이 오르신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상태로 설명할 때는, 인간이 죽음 이후에 맞을 수 있는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천국을 ‘천당’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가톨릭대사전, “천국”항 참조)

천국에 간다는 것은 구원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짓게 되는 이런저런 죄에도 사랑과 정의를 위해 각자의 능력껏 투신하였다면, 연옥의 정화 단계를 거쳐서라도 결국은 하느님의 자비에 일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천국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마태오 복음 5장 19절을 통해 보면, 하늘나라에도 가장 작은 자로 불리거나 큰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계명을 얼마나 잘 지키고 말고 하는 차이로 생겨난 구분이지만, 그들의 흠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에 그들 모두가 있다는 데 안도하게 됩니다.

▲ 천국은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며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 있음으로 행복한 곳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리스도교인들의 영역을 벗어나서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살지 않았다 해도, 즉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웃에 대한 사랑과 공동선을 위해 투신하며 살았던 의인들의 영혼은 어찌될까?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하며 조심스럽게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비록 명증하게 교회에 소속되어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며 살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들의 삶이 그리스도와 닮아 있기에 그들 역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으로 어여삐 여기실 게 분명합니다.

‘천국’은 피렌체공의회에서 교리로 정의되었는데, 이 천국에서 누리는 각 성인 및 천사의 지복의 정도가 다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차등이 형성되는 것은, 지상의 삶을 살 때 받은 은총과 하느님 사랑에 얼마나 응답하였는지 정도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같은 책 참조)

하지만, 천국에서는 그와 같은 차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천국의 모든 영혼은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며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 있음을 행복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수도회의 어떤 형제는 천국에 가서 이 세상에서 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기 행실로 봐서는 그곳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지만, 천국에 이른다면 첫사랑을 찾아보겠다나 뭐라나.... 그러고 있습니다. 대신 이 세상에서 결혼 생활을 한 이들은 천국에서 수도생활을 하게 되고 말입니다. 이렇게 지금 이루지 못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곳인 천국은 누구나 가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 될 것입니다. 오해가 풀리고, 용서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마음이 풀리고, 화해하고, 사별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곳입니다. 여기엔 고독한 이가 없으며 함께 있음을 통해 끝없는 행복을 경험하게 되는 곳입니다.

저는 날마다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은 곳. 그곳이 천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이 기대하는 천국은 어떤 곳인가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그만큼 다양한 천국을 만들어 놓으셨을 것 같아서 엄청나게 마음이 설레이는군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