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오늘의 질문은 유아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 특히 엄마들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사목적 조언 요청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사목자의 정해진 답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요청을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기에 솔직히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즉 아이도 키워 보지 못했으면서.... 라는 지적을 생각하면, 더더욱 답이 궁색해지는 기분입니다.

유아방이 있는 성당이라면, 유아방도 마련되어 있는데 아기를 데리고 나오면 된다고 사목자는 손쉽게 조언해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아방에서 미사 드리는 부모는 그게 미사인지 아니면, 아이를 그저 성당이라는 곳에 물리적으로 데리고 나왔을 뿐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유아방이 없는 성당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기를 데리고, 용기 있게 나오시죠! 하는 사목자가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신자들이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 때문에 미사 시간에 분심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아기와 그 부모가 용기를 내어 미사참례를 하려 나왔습니다만, 부모들은 아기가 소리를 낼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성당 밖으로 나와 아기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 본 경험이 있는 엄마 아빠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아기가 좀 더 자라서 미사의 조용한 분위기를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미사 참례를 좀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 아기를 데리고 미사 참례를 하기 위해선 교회공동체와 아기의 부모 모두 용기를 내야 한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만약 제게도 조언을 드리는 것이 허락되었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교회공동체와 아기의 부모 쌍방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각 본당의 유아방을 없애고 그 공동체가 아기를 품 안에 안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아기도 어릴 때부터 교회 공동체에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공동체 안에서 양육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아방에도 스피커는 연결되어 있기에 독서와 복음, 강론을 들을 수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러나 그들이 교회의 품 안에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것입니다.

아기가 성당 한가운데에서 부모의 품에 안겨 미사를 체험하는 환경이 이뤄져야, 아기도 키워 보지 못한 사목자들에게도 아기를 조금이라도 양육해 보는 체험의 기회가 허락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어린이를 끌어안으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마르 10,13-16 참조) 부모의 품에 안겨 오는 아기들을 마다하실리 없습니다.

아기의 영혼 안에 새겨질 하느님의 따스함이 교회를 통해 전해지도록 본당 공동체와 아기의 가족이 만나고, 공동체가 아기를 함께 양육할 의지를 세우고 실현시킨다면 얼마나 멋진 교회의 모습일까요? 교회 공동체가 노령화되어 간다고 아쉬워 말고,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부모와 아기, 어린이들을 통해 희망을 되찾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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