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소식 - 오두희]

지난 8월 미국에서 우편물 한 통이 강정 국제팀으로 왔다. 

▲ 화가 안나 마리아 바스케즈(오른쪽)와 두 자녀. (사진 제공 = 펠리스 코헨 조파)

우편물 안에는 A3 정도 크기의 그림 한 장과 편지글이 들어 있었다. 그림은 공책 만한 크기에 크레파스, 물감, 색연필 등을 섞어 그린 것이고, 편지글에는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내용, 연대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안나 마리아 바스케즈(이하 안나)로 강정 10년 투쟁을 생각하며 그렸다고 한다. 안나는 남미의 파나마가 고향이고, 현재는 뉴멕시코 주 마그달레나(미국-멕시코 국경 근처)에 살고 있지만, 1년 중 일정 기간을 고향인 파나마에서 보내는 평화활동가이자 예술가다.

펠리스와 잭 코헨 조파 부부는 ‘핵 저항자들의 모임’(The Nuclear Resister)의 코디네이터다. 안나와는 오랜 친구다. 안나는 펠리스와 잭을 통해 강정 소식을 들어 왔으며, 펠리스와 잭은 안나에게 강정 투쟁 10년을 맞아 그들에 관한 아름다운 회화 하나를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 물었고, 안나는 펠리스와 잭으로부터 강정에 관해 영감을 받을 많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강정 국제팀장 최성희 씨는 “잭과 펠리스 부부는 한 번도 강정에 온 일이 없습니다. 다른 이들을 먼저 강정에 가도록 백방으로 후원하느라 정작 자신들은 못 온 것이죠.” 하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강정에 체포, 구속, 수감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의 회지에 자세하게 소식을 전하고 친구들을 비롯한 네트워크에 강정 양심수들에게 편지를 보낼 것을 독려하며 연대해 왔습니다.” 또한 “2014년에도 핵무기를 녹여 만든 평화의 목걸이를, 평화지킴이들에게 줄 아름다운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문정현 신부가 직접 서각한 ‘The Nuclear Resister’ 단체명 서각을 받고 감동하여 그것을 건 사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라며 그들의 강정에 대한 깊은 우정과 연대에 관해 전해 주었다.(완성된 서각을 든 방은미와 문정현 신부 사진을 회지에 실음.)

▲ 펠리스와 잭 코헨 조파 부부. (사진 제공 = 오두희)
▲ ‘핵 저항자들의 모임’ 회지에 서각을 든 방은미와 문정현 신부가 실렸다. ⓒ오두희

강정지킴이들은 이 그림을 보고 한 번도 강정에 와 본 적이 없는 안나 마리아 바스케즈가 강정 10년 투쟁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 놀랍고, 한글도 보이는 그 묘사가 아주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강정문갤러리 관장 엄문희 씨는 “아픈 내용인데도 너무 아름답고 희망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특히 작품의 구석구석에 보이는 강정의 묘사들이, 강정을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 오지 않았다면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 보여 뭉클한 마음입니다. 특히 파란색의 여성의 신체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작가가 강정의 미래에 관한 상상 혹은 희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말없이 한참을 그림만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고맙습니다!” 라며 눈물지었다.

무엇이 이처럼 지구 반대편에서까지 강정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놓지 않고 행동하게 하는가! 이 값지고 소중한 마음들 때문에 우리는 강정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안나 마리아 바스케즈가 강정 10년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 ⓒ오두희
안나 마리아 바스케즈의 편지

제주도는 이 푸른 해녀의 심장입니다.
그녀는 부드럽게 섬을 들고 있는 지구입니다. 맨 위의 주황색 테왁은 해녀들이 물 밑에 있을 때 쓰는 것입니다. 해녀는 지구와 모든 우주와 함께 떠다니고 헤엄치고 우리에게 모든 생명을 주고 있습니다. 밑부분에는 섬의 해군기지를 반대하기 위해 연대한 모든 이들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사제가 기도하고 있고, 나이가 든 사제는 생동감 있는 표정으로 지구에 대한 억압을 종식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힘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섬만이 아닌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성스러운 나무는 모두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무지개가 있는 평화 깃발은 기지에 저항하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모든 목소리들-모든 자연의 목소리들- 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저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아이와 함께 있는 매우 특별한 수녀, 그리고 다른 이들처럼 감옥에 보내진 상냥한 영화평론가를 봅니다. 저는 한국 전역의 모든 여성들이 미사천막을 위해 보낸 털실로 짠 퀼트 조각들을 넣었습니다. 나무 윗부분에는 축복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여성 한 사람과 남성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저는 그들을 마을의 신성한 나무에서 찾은 한 사진에서 보았습니다. 우주의 이 모든 힘을 균형짓는 이들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인간에 대한 진정한 부름입니다. 붉은 줄로 된 원 안에 있고 가운데 한 줄로 그어져 있는 삼발이들 시멘트의 슬픈 조각들과 군함은 “여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저항의 대상을 묘사한 것입니다.

핵 저항자의 펠리스와 잭에게 모든 생명의 중요한 투쟁에 대해 가르쳐 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그들을 왼쪽 하단 구석에 선인장과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그들의 집 정원에 그들의 두 자녀들과 함께 넣었습니다. (그 두 자녀는 제가 처음 만났을 땐 작았는데 지금은 자랐군요) 오른쪽 하단에 우리 지역 활동의 몇 상징들을 넣었습니다, 우리가 여기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평화와 정의를 위해 계속 싸우는 것처럼 군사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여러분의 지속적인 저항에 대한 이 세계로부터의 지지와 연대를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모두 연대합니다. 이것들은 제주도에서 일어난 저항의 10년 중 몇 부분만을 대표한 것입니다.

오두희 (강정 지킴이, 평화바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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