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아 거리 미사 봉헌

가톨릭 신자들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거리 미사를 봉헌하며,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8월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봉헌된 기림일 미사에는 천주교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단 등 신부 20명이 공동집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 신자는 “만약 이 시대에 이런 전쟁이 또 일어난다면 내 딸, 내 손주가 끌려가야 한다.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며, 어제 저녁부터 눈물이 나려고 해 미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가족과 함께 참석한 청소년들도 적지 않았다. 중학생 윤난경 양(마리스텔라, 의정부교구 탄현동 본당)은 어머니의 권유로 동생과 함께 왔다면서, “하루빨리 위안부 문제가 해결 되어서 할머니들이 모두 편하게 계시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녀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아픈 현실, 자주국으로서 우리가 너무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서로 결속하고 통감하는 일”이라며 “더 많은 시민이 깨어나야 하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 8월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가 봉헌됐다. ⓒ강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 주관으로 기림일 미사가 봉헌된 것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피해자 김학순 씨가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피해를 공개 증언한 것을 기리는 뜻으로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제정됐다.

‘천주교 전국행동’은 2016년 1월 9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평신도, 수도자 단체가 모여 만들었다.

이번 기림일 미사를 주례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는 “김학순 할머니께서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그 부끄러움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부끄러움이 됐다”며 “모든 전쟁과 폭력의 노예가 되는 어두운 것들이 밝게 드러나 광명을 맞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근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부국장)는 강론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처럼 “국가가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 한계, 배상 책임의 한계가 없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국가의 역할, 책임이 무엇인지 더불어 생각해 보게 하며 그 어떤 것도 인간 존엄성을 훼손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 8월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이곳에 설치된 작은 '소녀상'들을 둘러싸고 모여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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