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상 죄 = 처벌, 차별 아니다

군사법원이 동성과 성관계를 한 장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천주교 내 인권 관계자들은 천주교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형사처벌이나 차별 또한 반대한다고 지적한다.

인권운동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이 군형법 제92조의 6(추행) 위반을 이유로 동성애자 A 대위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5월 24일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이 법이 적용되는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천주교 정의평화 분야 한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종교적인 죄와 형법상의 죄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천주교 교리에서 동성애를 잘못으로 여기더라도 형법상의 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A 대위의 행위가 그 정도 처벌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문제가 “동성애자 혐오”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며, 이성 사이의 성관계였다면 군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성소수자 입장에서는 “인권 문제”라며, 가톨릭교회가 볼 때 “분명히 동성애가 (도덕적) 죄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고 교리”라고 덧붙였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군형법 제92조의 6에 대해 “다른 법령의 성폭력 관련 조문에 항상 있는 ‘폭력과 협박’ 같은 전제들을 이 조문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문을 그대로 해석하면 ‘대한민국 군인은 항문성교를 했을 때 최고 2년까지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며 “‘항문성교’가 도대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년씩이나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일까”하고 물었다.

▲ 훈련 중인 군인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군형법 제92조의 6은 폭행이나 협박 여부에 관계없이 처벌하므로,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 김종대 의원(정의당) 등 국회의원 10명은 이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 법률안을 24일 발의했다. 폭행, 협박을 동반한 강간이나 추행은 군형법 제92조의 다른 조항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동성애는 성행위를 생명 전달로부터 격리시킨다. 그 행위들은 애정과 성의 진정한 상호 보완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2357항)고 본다. 이어 동성애 성향이 동성애자 대부분에게 “시련”이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2358항)고 밝힌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동성애자에 대해 “모든 이가 자신의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 존엄을 존중받고 사려 깊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모든 형태의 공격과 폭력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하여야 한다”(250항)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는 성관계가 있었던 장소의 성격에 대해 육군과 인권단체 사이에 의견이 다르다. 5월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육군 측은 “A 대위는 사적 공간이 아닌 부대 내 독신자 숙소에서 다른 동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24일 보도자료에서 “A 대위의 범죄 행위는 업무상 관계없는 상대와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였다며 “상대가 동성이란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의 낙인을 찍었다”고 반박했다.

군인권센터 담당자는 독신자 숙소는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취급되며 국가인권위원회도 독신자 숙소 검열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고 2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는 2016년 11월 결정에서 독신자 숙소를 “퇴근 이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적 공간”으로 봤으며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독신자 숙소 검열을 금지”하도록 국방부 차원의 권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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