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더 잘 받아들이는 최근 발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동성애자 남성에게 “하느님이 당신을 이렇게 만드셨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자, 성소수자들은 이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가 가톨릭 교회 안에서 환영받고 사랑받게 만들려고 바라고 있다는 또 다른 징표로 보고 환영하고 있다.

칠레 교회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와 은폐 피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21일 자기는 최근에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 자기의 동성애 성향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크루스를 비롯한 칠레 성학대 사건의 여러 피해자를 바티칸에 초청해 이들이 겪은 사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크루스는 당시 교황에게 칠레 주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무기 삼아 자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 했으며, 그러한 인신공격으로 자기가 받은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크루스는 “그러자, 그는 ‘이봐요, 후안 카를로스, 교황은 이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이렇게 만드셨고 그분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고 <AP>에 말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사적 대화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지침에 따라, 이 발언 내용을 확인해 주거나 부인하기를 거부했다. 이 발언 내용은 스페인의 일간지 <엘파이스>에 처음 보도됐다.

가톨릭 교회의 공식 가르침에서는 게이와 레즈비언을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동성애 행위는 “그 자체로 무질서”(intrinsically disordered, 또는 본질적으로 무질서)라고 본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동성애자를 더 환영하게 만들려 추구해 왔으며, 2013년에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는가?”(Who am I to judge?)라고 한 발언이 가장 유명하다.

그는 또한 자신이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를 위한 사목을 해 왔던 이야기를 해 왔으며,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이고, 하느님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교회에 의해 동반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러한 발언들은 다만 그가 지닌 사목중심적 자세를 반영할 뿐이라고 깎아내리려 해 왔다.

또한, 동성애 성향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교회가 공식적으로 가르치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이 아닌데, 여기에는 동성애는 하느님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뜻이 들어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초판은 1992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출판한 것으로 가톨릭의 가르침을 농축한 것인데,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동성연애자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뒤 개정판은, 현재 온라인으로, 그리고 교황청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판인데, 여기에는 동성애가 선택이 아니라는 언급이 지워져 있다. 개정판에는 이렇게 돼 있다.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이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
(편집자 주- 한국어판은 “그들의 경우는 스스로 동성연애자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이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고 돼 있다. 2358항)

미국의 성소수자 평등권을 옹호하는 가톨릭 단체인 “새로운 길 사목”(New Ways Ministry)의 프랜시스 드베르나르도 사무총장은 이번 교황의 발언은 “엄청난” 것이며, 많은 선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황이 이러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다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인데, 성소수자들은 종교지도자들, 가톨릭 지도자들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예수회원으로서, 교회가 동성애자 사목에 새로운 사목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책 “다리 만들기”를 쓴 제임스 마틴 신부는 교황의 이번 발언은 사적 대화 중에 나온 것이지 공적 선언이나 문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초판을 인용하면서, 그럼에도 이번 교황의 발언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마틴 신부는 한 전화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저명한 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여러분에게 말할 것을 말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크게 실패한 것은,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그렇게(동성애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를 꺼려 왔다는 점이며,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가 전혀 통제할 수가 없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틴의 책은 이번 주에 이탈리아어로 출판될 예정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볼로냐 대교구의 마테오 추피 대주교가 서문을 썼다. 이는 (동성애자를) 받아들이는 이 메시지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이탈리아에서도 인정받아 가고 있다는 한 징표다.

기사 원문: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18/05/21/lgbt-community-cheers-pope-francis-god-made-you-re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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