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과시 대신 절제와 타협"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동북아시아도 유럽연합(EU)의 경험을 참고하며 이웃과 미래에 대해 열려 있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3월 30일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2주년 기념세미나 기조강연에서 며칠 전 EU의 기초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로마에 온 EU 27개 나라 정상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일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염 추기경은 EU가 깨져서는 안 되듯 동북아 나라들도 인권을 비롯한 복잡한 문제들을 대화, 협력으로 해결하고 서로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여러 나라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평화를 위해 일부에서 제시해 온 모델이다. 하지만 한중일 간의 역사적 갈등이 아직 깊고 역내 중국의 비중이 너무 커서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평화나눔연구소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 소속으로 한반도 평화 구현을 위한 교회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2015년 만들어졌다.

▲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3월 30일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2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강한 기자

염 추기경은 “지난 2년간의 활동을 통해 평화나눔연구소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민족화해의 실천을 위한 현실적 방도들을 찾아 내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를 보면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이 자칫 군사적 불안 요인을 드리우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불안한 시기일수록 우리 그리스도인은 힘의 과시가 아닌 절제와 타협을 통해 평화의 길로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 신앙적인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은 현대의 과학 무기 발달이 정당방위의 한계를 넘어서 인류공동체의 무차별적인 파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며 “이 경고가 현실로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지지 않도록 신앙인들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가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모든 당사자들이 대화와 신뢰에 기반하여 평화 구축에 나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존중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에는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들과 남북관계, 국제관계 전문가, 권길중 한국평협 회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