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평화나눔연구소’ 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 가 ‘평화나눔연구소’를 3월 24일 공식 개소했다.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나눔연구소 개소 기념 ‘평화토크’에는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담임),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최창무 은퇴 대주교(천주교 광주대교구 원로사목자)가 참여했으며, 청중 200여  명이 함께했다.

세 종교인은 ‘분단 70년,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소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남북한이 동북아시아 주변 나라들과의 협력 속에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목사와 최 대주교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의 관계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3월 24일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 왼쪽부터 임강택 연구소장, 박종화 목사, 법륜 스님, 최창무 대주교.ⓒ강한 기자

박종화 목사는 “‘평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통일과 연관된 평화를 말하는데, 분단국의 평화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평화는 조금 다르다”면서 “통일은 반드시 통일된 조국의 평화를 담보하는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무 대주교는 ‘통일’이라는 말에는 힘이 들어가 있으며 “통치자의 용어”라고 비판하며 “통일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좋겠다. 되도록 종교인은 통일이라는 말을 안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북진통일 아니면 적화통일”이라며 “우리는 이미 하나인데 무슨 통일, 무엇을 위한 통일인가. 우리가 하나인 것을 확인하며 하나이지 못하게 하는 요소를 제거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 대주교는 “특히 정치인의 욕심은 버려야 한다”며 “(남북관계에) 국민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폭넓은 교류, 협력은 고사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게 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측 모두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통일비용이니 분단비용이니 하는 경제적 타산만 앞세운다”면서 “‘대박’이라는 단어가 정말 걱정된다”고 덧붙여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지금 다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며,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럴 때 대한민국은 도대체 국가 목표가 뭐냐. 그것이 불분명하다”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룬 재산과 인명을 지키려면 어떤 이유로도 한반도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게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분단 상태만으로도 성장과 번영이 가능했지만, 현재 주어진 국내외적인 조건은 분단 상태로 더 이상 국가 발전을 모색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며 “북한은 체제 붕괴 위험에 놓여 있고, 남한은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이 문제를 풀어 내려면 통일만이 어쩌면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남북 양쪽 다 그 부분에 있어서 뚜렷한 국가 비전이 없다”고 말했다.

평화토크에 앞서 기조연설에 나선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은 2014년 개성공단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며, “개성공단은 남북 사이를 이어 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에 대해 “최근에는 임금인상 문제로 남북 당국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데 그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는 우리 기업들은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교인들의 참회, 기도와 함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깨어 있을 것, 한국 사회와 남북 관계에 연대의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을 제안했다. 또 “남북한이 연대의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중간 다리를 놓는 일에 종교인들이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필요하면 국제 종교계와의 연대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민화위는 평화나눔연구소를 통해 한반도 평화 구현을 위한 교회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고, 민족 화해와 북한 복음화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며, 평화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하겠다고 밝혔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연구소장을 맡고, 장긍선, 김훈일 신부, 박우상, 성기영, 윤여상, 임순희, 임을출 박사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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