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에코포럼, "판도라"처럼 알아서 살아야

“핵발전소 사고는 항상 공학, 기술적 시나리오를 벗어나서 일어났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핵공학이 아닌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과잉 비용’을 들여서라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노후 핵발전소 월성1호기 문 닫아야 하는 까닭’을 주제로 열린 가톨릭 에코포럼에서 원자력공학자 한병섭 박사가 이같이 강조했다.

3월 2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에코포럼에서는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취소판결의 과정과 의미’, 한병섭 박사(원자력안전과 미래 안전위원장)가 ‘원자력 공학자가 본 핵발전소 위험’에 대해 발제했다.

한병섭 박사는 먼저 원자력공학자 입장에서 “핵발전 사고는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사고가 난 뒤의 대책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핵발전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9년 미국 트리마일 핵발전사고 이전에는 원자력공학자들도 사고가 날 것이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으며, 이후 일어난 사고도 모든 예상 시나리오를 빗겨 갔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에게 알려 준 것은, 사고에 공학적 기준이 의미 없다는 확신이며, 핵발전 사고는 치명적인 복합 재난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 박사는 또 “그동안 핵발전 위험에 대해 공학자들이 솔직하지 못했다”면서, “공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지만, 그 결과로 핵발전이 멈추는 것이 두려워 회피한 것이다. 사실대로라면 당장 핵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원자력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안전’과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오히려 위험성을 반증하는 논리라면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안전’이 강조되고, ‘확률’은 대안과 해답이 없을 때 내미는 답변일 뿐”이라고 했다.

▲ 한병섭 교수 ⓒ배선영 기자

“정부, 사고가 났을 때 인명을 구하려는 의지 없다... 영화 ‘판도라’처럼 알아서 살아 남아야 할 것”

한병섭 박사는 현재 정부의 방재 및 긴급 구난 대책을 검토한 결과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사고가 났다면, 인근 지역 주민들을 얼마나 많이, 빨리 대피시키고 이주 뒤의 생계 보장을 해 줄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지가 없었다”면서, “사고가 났을 경우 국가적 중대 사고 차원의 대책을 세우도록 요구하고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 핵발전 상황을 설명하면서, 수적으로도 많고 사고 위험도 많은 중국 핵발전을 저지하려면 먼저 한국이 핵 안전지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는 그 무엇도 과하지 않다. ‘과잉 비용’을 들여서라도 안전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병섭 박사에 앞서 김영희 변호사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판결의 의미에 대해 발제했다.

김 변호사는 월성 1호기는 부지가 지진에 취약함에도 내진설계 수준이 낮았으며, 다량의 삼중수소 발생, 사용후 핵연료 다량 발생 등의 문제로 인근 주민들이 심각한 생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그럼에도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가동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유 심사 권한임에도 운영변경 허가는 과장급 전결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지난 2월 7일 위법으로 판결됐다. 김 변호사는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을 걱정하는 것에 대해, “월성 1호기의 설비 용량은 전체 전력 설비의 0.7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았으며, 중단 뒤에도 전력예비율은 약 18퍼센트”라며, 전력 수급 이전에 핵발전소의 안전성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건강, 생명권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3월 22일 저녁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탈핵을 주제로 에코 포럼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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