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촌 주교, JPIC 활동 확산 제시

“환경을 위한 투신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투신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9월 1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주제로 15회 가톨릭 에코포럼이 열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에코포럼에는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와 예수회 조현철 신부가 각각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생태 회칙' 그리고 '불교 인드라망을 통해 본 통합 생태론'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으며, 사제, 수도자, 신자 그리고 이웃 종교 환경단체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먼저 유경촌 주교는 생태 회칙의 뼈대와 내용을 소개하면서, 회칙이 이 시대의 정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교리의 원리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밝히고, 실천 방법을 제안했다.

유 주교는 우선 회칙은  “보기-판단하기-행동하기”의 방법론을 따라 생태 정의의 실천을 촉구하고, 기술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 양 극단의 중용에 선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생태론’은 사회위기와 환경위기가 하나의 복합적 위기에서 비롯된 양면이므로, 생태적 불의와 사회적 불의가 별도로 취급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회교리 원리인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과 맥을 같이 하고, 무엇보다 “세상은 창조주의 것이며 인간은 관리자일 뿐”이라는 재화의 공동사용 원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  생태 회칙은 기존 사회 회칙의 “평화는 정의의 실현이자 사랑의 결실”이라는 가르침을 따르면서, 이 시대의 정의 문제를 생태적 관점에서 파악해 인간 사이의 사랑에서 자연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 간의 사랑으로 그 범위를 넓혔으며,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해법을 ‘생태적 감수성’에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경촌 주교는 생태 회칙 내용의 구체성,  지역 교회와 보편 교회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이라고 말했다. 유 주교는 그동안 회칙의 수용 방식이 바티칸 문서를 지역교회가 인용하고 실천하는 수직적 구조였다면, 이번 생태 회칙은 지역교회의 문서를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샤르댕, 과르디니와 같은 지역 교회 신학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임으로써 보편 교회와 지역교회가 상호 보완적 형제 관계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경촌 주교는 한국 교회에서 생태 회칙의 가르침을 실천할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유 주교는 생태 회칙의 실천은 교회가 ‘한 몸’의식을 실천할 때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활동을 재인식하고 사목 활동으로 확산시킬 것을 제안했다. 같은 맥락에서 JPIC 운동으로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활동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한편, ‘하늘땅물벗’ 모임을 각 본당 구역 모임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 이날 열린 가톨릭에코포럼 발제는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와 예수회 조현철 신부가 맡았다. 이들은 발제를 통해 모든 피조물이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생태적 불의와 사회적 불의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우리가 겪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회심의 확산이 필요하며, 우리의 이웃 사랑은 정치적 사랑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현철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의 핵심 개념인 통합 생태론을 불교 인드라망 개념에 비춰 설명하고 피조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생태적 회심을 강조했다. 

인드라망은 불교의 세계관을 집약하는 것으로 모든 세상 만물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존재가 서로를 비추고 있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와 연결된 그물망의 이음새와 같으며, 이 관계를 깨닫고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을 해탈이라고 이른다.

조현철 신부는 ‘통합 생태론’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세상이 어떤 관계로 구성됐는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면서, “회칙에서 드러난 교황의 세계관 역시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인드라망의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현철 신부는 통합적 생태론이 이야기하는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생태적 회심은 생활 양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변화를 일으킨다”고 이르면서, “이러한 변화는 자신에서 벗어나 타자로 눈과 마음을 돌리는 ‘관대한 돌봄의 정신’, 검약과 절제, 나눔과 배려의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신부는 성경에서 드러난 통합 생태론의 근거를 제시했다. 아담과 하와의 창조설화를 통해 드러난 인간이 자연에 지켜야 할 근본적 한계, 창조질서의 유지와 회복을 위한 안식일 전통, 인간의 존엄과 평등, 자연의 존중을 보장하는 희년의 규정 등이다.

조현철 신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태적 회심이 공적 차원으로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의 이웃 사랑은 ‘정치적 사랑’이어야만 한다”면서,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사랑이 필수라는 회칙 내용처럼, 사회적 사랑의 확산이 우리 사회 근원적 변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이며, 이것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른 ‘밖으로 나가는 교회’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 9월 1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15회 가톨릭에코포럼이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주제로 열렸다. 에코포럼에는 4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이웃종단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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