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들의 개인 일탈 아냐.... 천주교를 개혁해야”

대구 희망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한 교황대사관에 전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 국민의당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진상조사위 등은 3월 6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주한 교황대사관 직원에게 편지를 건넸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대사관 직원이 왔지만, 어느 자리에서 편지를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양측 사이의 이견으로 5분 안팎의 시간이 흘렀다. 대사관 직원은 기자회견 장소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길모퉁이에서 편지를 받고자 한 반면, 단체들은 플래카드를 펼쳐 든 기자회견 참가자 앞으로 나와서 편지를 받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사관에 직접 편지를 전하겠다며 행진을 시도하려 하자, 결국 대사관 직원이 참가자들 앞에 나서 편지를 받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적폐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몸에서 썩은 살을 도려내는 교황님의 옳은 결단을 호소 드린다”고 덧붙였다.

▲ 3월 6일 장애인 단체들이 주한 교황대사관이 가까운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희망원의 인권, 비리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강한 기자

소속 종교에 관계없이 참가자들은 대구대교구와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은재식 대구희망원 대책위 공동대표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이번 사건을 신부들의 개인 일탈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이 썩어 빠진 천주교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로마까지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장(베네딕토)은 “희망원은 꽃동네와 함께 천주교 복지의 수치스런 얼룩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내놓은 희망원 사건 중간수사 결과는 “대구대교구는 관계없다는 것으로 또 다른 성역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며, “천주교 성격상 대형 비리가 교구에서 시설장으로 임명한 사제 개인 차원에서 가능한가 합리적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광역시립 희망원은 노숙인 복지시설로 1958년 설립됐으며, 1980년에 대구대교구가 운영권을 위탁 받아 운영해 오던 중 생활인 폭행, 급식비 횡령 등 의혹이 불거지자 2016년 10월 13일 조 대주교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교구는 11월 7일 대구시에 희망원 운영권 반납 의사를 밝혔으나, 대구시가 새 위탁법인을 선정할 때까지 교구가 희망원을 정상 운영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대구희망원 대책위와 희망원 운영 방안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2월 28일 <뉴스민>은 대책위는 공적 기관이 희망원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점진적 탈시설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또 다른 민간 위탁 업체를 찾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희망원은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으며, 홈페이지에 따르면 1300명 넘는 생활인이 있는 큰 시설로 건물 연면적이 약 2만 2000제곱미터다.

▲ 3월 6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명애 대구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한 교황대사관 직원(왼쪽)에게 건넨 뒤 이야기 나누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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