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시위’가 25주년을 맞았습니다. 2017년 1월 4일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군 성노예 범죄를 용기 있게 고발한 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시작된 수요시위가 올해로 25주년을 맞게 된 것입니다.
 

▲ 부산 동구청은 12월 28일 탈취했던 평화의 소녀상을 12월 30일 공식 사과와 함께 부산 시민의 품으로 반환했다. 부산 시민들은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다시 세워지자 감격의 눈물과 박수를 보냈다. 부산 시민의 힘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낸 것이다. ⓒ장영식

처음 수요시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를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국가적 범죄의 피해자이자 생존해 계시는 할머니들이 치욕과 아픔의 세월을 고백하고 증언한다면 일본의 사죄와 반성 그리고 법적 책임과 배상은 실현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도 위안부와 관련된 어떤 역사적 증거나 문헌도 없다는 궤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 부산 시민들은 12월 31일 일본영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했다. ⓒ장영식

일본 아베 총리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평화헌법의 개정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밝힌 것입니다. 2016년 12월 29일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방위상으로서는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습니다. 일본은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참회와 반성은 고사하고 군사대국화의 길을 전 세계에 공표하였습니다.

▲ 부산 시민들이 2017년 1월 4일(수) 12시 일본영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 25주년을 맞아 연대와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영식

이러한 일련의 일본 정부의 역사적 퇴행은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일 정부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합의는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역사적 만행이며 반동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부산 시민의 손으로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을 행정집행 예고도 없이 4시간 만에 철거하는 폭력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탈취했던 소녀상은 전 국민의 공분과 항의로 이틀 만에 다시 일본영사관 앞에 우뚝 섰습니다.

▲ 부산의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서포터즈 회원들이 일본 총리가 소녀상 발 아래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새해 우리가 바라는 희망포토"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우리는 수요시위 25돌을 맞아 한 서린 가슴으로 일장기를 응시하는 평화의 소녀상의 슬픈 눈빛에 환한 미소가 꽃피울 때까지 꼿꼿하게 우리의 길을 갈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25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칠 것입니다. 일본의 총리가 소녀상 발 아래 무릎 꿇고 사죄하는 그날을 위해 한목소리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일본의 공식 사죄 그리고 법적 배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할머니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일본의 공식 사죄 그리고 법적 배상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흔들림 없이 할머니들과 함께할 것이다. ⓒ장영식

*이 글은 “126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이 발표한 성명서와 부산의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서포터즈”의 기자회견문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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