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초고압 송전탑을 조립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고공에 매달려 위험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외주 시공업체 노동자다. ⓒ장영식

초고압 송전선로였던 765kV 밀양송전탑 건설이 재개되고, 2014년 2월 16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3번 송전탑 공사장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추락사했다. 그 노동자는 83번 송전탑에 올라가 30미터 높이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한 것이다. 그는 한국전력공사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외주 시공업체 노동자였다.

2014년 12월 26일, 완공율 99.9퍼센트였던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4명이 질소 가스에 노출되어 그중 3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났다. 이 참사에 대해 한수원이 사고 경위, 사고 원인에 대해 그저 ‘모른다’는 말밖에 못했던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진실이었다. 한수원은 핵발전소 현장의 안전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제대로 책임질 수도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최소 ‘7시간의 인지 불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참사를 당한 노동자들은 가장 중요한 현장 안전 관리자들임에도 이들은 모두 한수원 정규 노동자가 아닌 외주 시공업체 노동자들이었다.

<탈핵신문>에 의하면 지난 15년간 핵발전소 건설 노동자 100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100명의 사망 또는 부상자 중에 하청노동자가 97명이었다. 노동자의 핵방사능 피폭량도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보다 하청 노동자가 15배나 높았다.(http://nonukesnews.kr/798)

핵발전소 건설 과정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노동 환경을 수반하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로부터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도 노동 환경은 열악하고 위험하다. 초고압 송전탑을 조립하기 위해서는 3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우 위험한 작업 대부분은 정규직 노동자들보다는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핵방사능 피폭에 매우 위험한 핵반응로(원자로)에 가까운 작업 역시 하청에 하청을 받은 외주 시공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1371)

따라서 핵발전소는 이중 삼중의 노동의 소외와 차별, 착취 구조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하청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탈핵과 노동은 마주보고 달리는 선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핵발전소 안에서 소외와 차별, 착취가 없는 노동의 정상화야말로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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