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어느날 숲 속에 큰불이 났습니다.
숲 속 모든 동물은 불을 피해 도망을 갔습니다.
그때 아주 작은 벌새 크리킨디만 홀로 부리에 한 방울, 한 방울 반복해서 물을 물어다가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숲 속의 다른 동물들은 벌새의 그 모습을 보고
“조그마한 벌새 한 마리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비웃고 또 비아냥거렸습니다.
크리킨디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이 이야기는 남미의 한 부족 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크리킨디라는 벌새의 우화입니다.
모든 이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벌새가 남긴 말이 묘하게도 밀양 할매와 할배들의 ‘탈핵탈송전탑’ 싸움과 오버랩됩니다.

ⓒ장영식

모든 사람이 밀양 할매와 할배들의 싸움을 비웃었지만, 밀양 할매와 할배들은 짓밟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탈핵탈송전탑’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밀양 할매와 할배들의 생태적 영성이 밀양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765kV송전탑과 그 뒤에 숨어 있는 핵발전소의 음모를 드러내고야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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