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오늘(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을 위한 세 번째 심의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결정이 거수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부와 한수원이 건설 계획을 강행하고 있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승인은 800만 부울경 시,도민의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행정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다. 또한 과도한 전력 공급으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타당성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와 마찬가지로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인 부울경 주민의 여론을 반영해서 결정해야 앞으로 일어날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임은 자명하다.

▲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골매 마을에서 바라본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 ⓒ장영식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과 장거리 송배전은 정의롭지 못한 전력 수급과 국토 파괴, 생존권 박탈이라는 사회적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밀양과 청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절박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800만 부울경 시,도민의 의사와 여론을 반영하는 과정이 무시되거나 생략된 정부의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승인은 800만 부울경 시,도민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5, 6호기에서 배출될 핵방사성 물질의 오염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될 대상은 바로 800만 부울경 시,도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800만 부울경 주민에게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최근 일본 규슈 지역 지진의 여파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에 대한 안정성 문제다. 내진 설계의 안전 기준을 높여서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중대사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 검토 이전에 800만 부울경 시,도민의 여론이고 민심이다.

▲ 지난 6월 18일(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폐쇄 1주년 기념 게릴라콘서트에 참가한 부울경 시민들이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다음으로는 인구밀집지역 거리 제한 규정의 준수 여부다.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사는 인구를 380만 명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핵발전소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새롭게 설정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20-30킬로미터였다. 미국핵규제위원회(NRC)의 규정을 준용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안위는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가 인구밀집지역과 4킬로미터 떨어졌다고 밝힌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800만 부울경 시,도민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그리고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고리 지역에서 아홉 번째와 열 번째 핵발전소다. 고리는 현재도 발전용량으로는 세계 최대 핵발전 단지다. 핵발전 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장하듯 핵발전소가 한 곳에 모이면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것은 800만 부울경 시,도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반생명적 비윤리적 오만이요 후안무치한 기만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한 국가의 정부로서 국민을 이만큼 우롱하고 경시하는 처사는 없을 것이다.

▲ 지난 6월 18일(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폐쇄 1주년 기념 게릴라콘서트에 참가한 부울경 시민들이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또한 동일한 외부 충격에 의한 세계 최대 고리 핵발전 단지의 사고 대응과 안전성 확보 문제는 핵심 검증 항목이다. 단일 부지의 다수 호기에 대한 사고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는 추진될 수도 추진되어서도 안 된다. 800만 부울경 주민의 안전을 담보로 반생명의 상징인 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이제 소수의 독점적 이익을 위한 죽음과 망국의 핵발전 잔치는 끝내야 한다.

*이 글은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안전성 긴급토론회에 제출되었던 토론문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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