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도 응답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부제직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바티칸 라디오>는 8월 2일 교황이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를 만들고 신앙교리성 차관 루이스 프란시스코 라다리아 페레르 대주교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위원장 외에 남녀 각 6명이 위원으로 임명됐다.

교회 직분으로는 성직자 7명, 수녀 2명, 평신도 4명으로서, 2명을 빼고는 모두 교황청 국제신학위원이거나 로마에 있는 교황청 교육기관 소속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2일 로마에서 열린 국제수도회장상연합(UISG) 총회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나온 여성 부제를 연구할 공식 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부제"는 가톨릭 성직계급 가운데 맨 아래이지만, 가톨릭교회가 현재 남성만 성직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제일지라도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큰 변화다. 이에 서구 사회는 교회 안팎에 상관 없이 이번 교황의 결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2015년 4월 광주에서 열린 한국 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번 결정을 듣고,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는 한국 천주교에서도 여성 부제직에 관심을 갖고 자체 연구를 해야 한다며, 연구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 수녀는 천주교에서 ‘여성 사제 서품’에 관해 꾸준히 의견을 밝혀 온 신학자 중 한 명으로, 이 주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보는 신중론에 가깝다.

최 수녀는 “우리나라에는 남성 종신 부제도 없다”며, 세계 차원의 여성 부제직 연구에 한국 교회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주교회의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교황의 여성 부제직 연구위원회 설립은 “반가운 이야기”라며, 그뿐 아니라 “교황이 바티칸의 실무에 여성들을 많이 배치한다고 들어서 반갑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제직이라 해도 생각하는 게 다 다를 수 있다”며 “성직은 교회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도 또한 역사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약해지는 교회를 쇄신하고 활성화하는 방향 안에서 여성 부제직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신학 공부를 한 여성도 많고, 교육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여성 인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15년 천주교 수원교구의 부제서품식. (사진 출처 = 수원교구 유튜브 갈무리)

부제(副祭, deacon)는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가운데 한 종류로 제일 낮은 계급이지만, 현재 가톨릭은 성공회나 일부 개신교와 달리 오직 남성만 성직자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여성 부제가 실현되면 이는 역사적인 변화가 된다.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계급은 부제-사제(우리가 흔히 아는 신부)-주교의 순이며, 거의 모든 가톨릭 사제는 사제품을 받기 전에 부제품을 먼저 받는다. 한국 교회에서는 신학교 7년차에 부제품을 받고, 다시 1년 뒤에 사제품을 받아 본당 등에 파견된다.

초대 교회에서는 부제는 여성도 포함했으며 교회공동체의 여러 살림과 사회복지 등을 맡았다. 지금 개신교회의 “집사”와 비슷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제는 사제가 되는 한 단기적 단계로만 되었으며, 가톨릭교회가 개혁을 도모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 즈음하여 초대 교회의 이 기능을 되살리는 “종신 부제”가 새로 만들어졌다. “종신 부제”는 “사제”가 되지 않고 영구히 부제로만 사는 이로서, 기혼자도 가능하고 물론 남성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진보적이지만 여성 사제 서품에 관해서는 성직자는 남성만 가능하다는 교회의 기존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에게 부제품을 허용하더라도 이는 사제품을 전제로 한 부제품이 아니라 “종신 부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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