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들 질문에 "연구위원회 설치에 동의" 밝혀

여성 부제를 허용할 가능성을 연구하는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혔다.

부제(副祭, deacon)는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가운데 한 종류로 제일 낮은 계급이지만, 현재 가톨릭은 성공회나 일부 개신교와 달리 오직 남성만 성직자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여성 부제가 실현되면 이는 역사적인 변화가 된다.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계급은 부제-사제(우리가 흔히 아는 신부)-주교의 순이며, 거의 모든 가톨릭 사제는 사제품을 받기 전에 부제품을 먼저 받는다. 한국 교회에서는 신학교 7년차에 부제품을 받고, 다시 1년 뒤에 사제품을 받아 본당 등에 파견된다.

초대 교회에서는 부제는 여성도 포함했으며 교회공동체의 여러 살림과 사회복지 등을 맡았다. 지금 개신교회의 “집사”와 비슷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제는 사제가 되는 한 단기적 단계로만 되었으며, 가톨릭교회가 개혁을 도모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 즈음하여 초대 교회의 이 기능을 되살리는 “종신 부제”가 새로 만들어졌다. “종신 부제”는 “사제”가 되지 않고 영구히 부제로만 사는 이로서, 기혼자도 가능하고 물론 남성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진보적이지만 여성 사제 서품에 관해서는 성직자는 남성만 가능하다는 교회의 기존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에게 부제품을 허용하더라도 이는 사제품을 전제로 한 부제품이 아니라 “종신 부제”일 가능성이 크다.

▲ 1862년 성공회 첫 여성 부제가 된 엘리자베스 캐서린 페라드.(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2일 로마에서 열린 국제수도회장상연합(UISG) 총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여성 수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초대 교회에는 여성이 부제로 봉사했다면서 “이 문제를 연구할 공식 위원회를 만들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이 총회에는 세계 각지 수도회의 지도자 9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그는 자기가 몇 년 전에 초대 교회 여성 부제에 대해 연구한 “훌륭하고 현명한 교수”와 이 문제를 얘기해 본 적이 있다면서, 여성 부제가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몰랐다고 했다.

“'여성 부제라는 게 뭐예요? 서품되었나요, 안 되었나요?'라고 물었는데, 그런 것을 정확히 몰랐다.”

그리고 그는 큰 목소리로 “이 문제를 연구할 공식 위원회를 구성하는 거요?”라고 묻고는, “좋다고 생각되네요. 교회가 이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네요. 나는 동의합니다. 앞으로 이에 관해 말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4년에 발표한 교황교서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하여(Ordinatio Sacerdotalis)”에서 “예수님이 자신의 열두 제자로 오직 남성들만 골랐다”며, “교회는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교회사학자들은 몇 세기에 걸친 초대 교회 시기에는 여성이 부제로 봉사했다는 증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예를 들어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여성인 포이베를 언급한다.(편집자 주- 포이베. Phoebe. 로마서 16장 1절에 나오는 여성 이름. 교황청 사이트에 있는 New American Bible에서는 포이베가 minister(교역자)라고 번역했지만, deacon이라고 부른 다른 영어 성경들도 있다. 현행 한국 주교회의의 성경에서는 “일꾼”이라고 번역하고 있으며, 전에 쓰던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봉사하는”이라고 번역했다.)

종신 부제는 특히 미국에 많은데, 이들은 성체성사(미사)와 고해성사를 집전할 수는 없으나 세례성사 등을 집전하고 미사 중에 강론을 할 수 있으며, 사제가 없는 본당에서 본당 운영을 맡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초대 교회에서 여성 부제는 특히 여성의 세례에 중요했는데, 당시의 세례식은 나체로 물에 온전히 잠기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라고 그 교수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교황과 회의 참석자들의 만남은 거의 75분간 이어졌는데, 참가자들은 여성 부제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에 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참고 – 이날 질문 목록(영문). http://ncronline.org/blogs/ncr-today/full-text-questions-francis-women-religious)

이들은 교황이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여성적 재능”(feminine genius)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럼에도 현재 교회에서 “여성은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외돼 있으며”, 미사 중에 강론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성녀 포이베.(이미지 출처 = 가톨릭굿뉴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생활에 여성의 통합은 “아주 약했다”면서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집행 뿐 아니라 결정. 즉 여성이 수도자든 평신도든 간에 의사 결정 과정에 포함되어야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온다.”, “왜냐하면 여성은 진실의 눈으로 삶을 본다. 우리는(남자들은) 그렇게 볼 수가 없다. 문제를 보는 방식, 사물을 보는 방식이 완전히.... 남성과 다르다. 서로 보완해야 한다. 의견을 모을 때, 여성이 포함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미사 때 강론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신학적/전례적” 문제라고 했다. 기도회와 달리 미사에서는 사제가 “그리스도 대신으로”(in persona Christi)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사제가 강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편집자 주- 가톨릭교회에서 강론은 성직자만 할 수 있으며 수녀를 포함한 모든 여성은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lay)이므로 강론을 할 수 없다. 가끔 평신도나 외부 인사의 강론이 있지만 이 또한 형식상 “강의”일 뿐이며 나중에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좀 더 말을 덧붙여 “강론”이라는 형식을 채우는 방식이다.)

또한 자신은 수녀들이 “봉사가 아니라 노역”을 하도록 강요받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면서, 교회는 여성을 더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봉사라기보다 노역에 가까운 일을 하라고 요구한다면, 여러분은 ‘아니오’라고 용감하게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녀들이 또한 수도회들이 새로움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교회법 때문에 제약이 많다고 하자, 그는 교회는 역사적으로 스스로 많은 변화를 이뤄 온 이 분야의 왕이라면서 교회법은 교회에 “법률적 도움”을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20세기에만도 두 번이나 전면 개정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교회법을 개정하려면 그 전에 식별을 제대로 해야 하고, 식별 없이는 절대 교회법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녀들은 또한 교구 주교들이 수도회에 돈을 요구해서 곤란한 경우가 많고 사제들이 (수녀원에 와서) 미사를 집전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교황은 “돈은 수도회든 교구에든 아주 중요하지만, 악마는 주교 주머니든 수도회 주머니든 주머니를 통해 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구원은 무료”라면서, “누군가 미사를 드리는 데 돈을 요구하면, 보고하세요!”라고 했다.

기사 원문: http://ncronline.org/news/vatican/francis-create-commission-study-female-deacons-catholic-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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