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서 성공회, 가톨릭 학자 발표

5월 19일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직무’가 주제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는 성공회와 천주교 신학자가 각각 발표자로 나서 교회 직무, 직제는 복음을 선포하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공회 박태식 신부가 교회의 직무와 직제에 대한 개신교의 이해를 주제로, 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신정훈 신부가 천주교 입장에서 본 교회 제도 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감리교, 장로회, 회중교회에서 각각 신학자가 참여해 논평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박태식 신부는 직무와 직제 면에서 교회를 회중제, 주교제, 장로제 교회 등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중제 교회’는 한 지역의 교회가 독립적으로 만사를 꾸려 나간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 가톨릭과 정교회, 성공회는 주교가 핵심이 되는 대표적 ‘주교제 교회’이며, 성공회에서 출발한 감리교도 이와 비슷하다. ‘장로제 교회’는 신자들의 대표단에게 권한을 위임해 교회를 끌어 나가는 제도다.

▲ 발표자와 논평자들이 박태식 신부(성공회, 오른쪽 둘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강한 기자

박 신부는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성직은 신약성서에서 유래하지만, 1세기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인 새로운 공동체들이 설립되면서 익숙한 유대교식, 그레코-로만식의 직무와 직제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체에 헌신하며 교회를 이끌 일꾼은 필요했지만 공동체에 권위주의적 계급의식까지 직무에 따라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직무와 직제의 참 뜻은 그 기능에 있지 권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기원후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면서 교회는 급속도로 제도화의 길을 걸어 거대 조직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무의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수님의 가르침과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정훈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천주교의 교회 제도 이해는 새로워졌다며, “교회 직무의 본질을 봉사직으로 이해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더 이상 상하의 우열, 일방적인 사목의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교회 내 신분의 다양성 안에서 각 신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교회 생활의 실현을 이상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각 시대와 문화적 배경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교회 제도들은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지니는 것으로 비쳐진다”며 “교회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어떠한 교회의 제도가 성경에 근거하면서 이 시대에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 가장 합당한가를 찾는 데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제도는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도구인 교회가 이를 통해 자신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감독교회 입장에서 논평자로 참여한 이찬석 협성대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가톨릭교회 안에서 성직자와 평신도가 사목의 주체와 대상으로 구분되지 않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례가 결핍된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태식, 신정훈 신부의 발표가 직제와 직무의 역사적 발전과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했지만, “각각의 차이가 갖는 독특함과 강점에 대한 기술은 생략돼 있다”고 말했다.

▲ 제16회 한국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 가톨릭 신학생과 수도자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강한 기자

손은실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개신교인이 가톨릭교회의 성체성사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분열’은 “직제의 상호 불인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개신교인이 주의 만찬을 공유할 수 없는 이유를 물으면,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는 그 주된 이유가 개신교는 사도적 계승에 기초한 교회가 아니라고 대답한다”며, 이러한 경험을 하며 교회 일치를 위해 어느 때보다 더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회중교회 입장에서 논평한 전인수 그리스도대 교수는 “가톨릭은 대가족의 안정감과 질서를, 개신교는 일종의 여러 핵가족으로서 자유함과 활기가 장점”이라며, 그것은 각 교회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회 직무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치포럼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가톨릭 신학생 등 17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16회째인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은 2014년부터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열고 있다.

신앙과 직제협은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 그리고 기독교교회협의회에 참여하는 개신교단이 참여해 2014년 5월에 만든 초교파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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