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 성경과 성사 열띤 토론

지난 1월 일치 기도 주간부터 시작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가 중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3월 5일 ‘성경(말씀)과 성사(성례)에 대한 상호 이해’를 주제로 열린 강의에서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자가 참가자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강의실에서 열린 강의는 심광섭 교수(감리교신학대)와 송용민 신부(천주교 인천교구)가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에서 성경과 성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강의한 뒤, 의자를 놓고 마주앉아 참가자들과 어울려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 심광섭 교수 ⓒ강한 기자
특히 심 교수가 개신교인의 천주교 미사 참여를 예로 들어 “가톨릭은 개신교의 형님 아닌가. 형님 집에서 초대하는 성찬에 우리(개신교 신자)는 참여하지 못하고 쫓겨난다”며 섭섭해 한 것이 긴 논의를 불러왔다. 심 교수는 “(영성체가 시작되면) 당연히 성체를 받을 줄 알고 나가는데 ‘당신 세례명이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용민 신부는 천주교 미사에 온 개신교인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늘 불편한 문제라면서, “가톨릭교회가 너무 노파심이 커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성체가 훼손되거나 남용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신부는 누군가 천주교 신자인 척하고 미사에 참여해 성체를 받아 훼손하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고 소개했다.

▲ 송용민 신부 ⓒ강한 기자
또 송용민 신부는 “천주교 신자도 모두가 성체를 모실 자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내가 하느님의 은총 지위에 있어야 그분의 성체를 모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신부는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의 성체성사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지나치게 성체의 신비를 지키려다 보니 생긴 역작용이라고 저는 본다”면서 “이것을 신학적으로 풀어 내는 것이 진행 중이고 신학적 대화의 주제”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한 천주교 신자는 자신의 어린 손자가 성체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에게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며, “손자에게 ‘네가 예수님을 모실 준비가 되려면 공부도 하고 철 들고, 성체가 예수님임을 확실히 인정할 때까지 교회는 너에게 줄 수 없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예수님에 대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천주교가 다른 교파의 그리스도인에게 성체를 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뜻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그는 “일치운동에 참여하는 형제, 자매님들과 만나보면 일치의 성사인 ‘성체성사’, 그리고 교회를 설립할 때 예수님의 제자들과 항상 함께 있었던 ‘성모님’의 문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이 매우 섭섭하다”고 말했다.

한편 결혼한 천주교, 개신교 신자가 함께 예배나 미사에 참여하는 경우의 문제도 제기됐다.

“남편이 개신교인이고 부인이 천주교인인 경우, 부인이 개신교 예배에 참여해 말씀을 듣고 찬양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아내와 함께 성당에 와 성체를 모시러 갔다가 ‘당신은 천주교 세례를 안 받았으니 돌아가시오’ 하면 얼마나 상처가 크겠습니까.”

이에 관해 송용민 신부는 “사제들의 문제도 있다”면서 “사제들이 성사를 ‘일치적 의미’로 교육받고, 미사에 참여한 개신교인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안내하고 안수해드리면 되는데, 모욕적으로 대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자신이 사목을 맡는 성당에서는 영성체 전에 해설자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으신 분들만 성체를 모실 수 있다”고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심광섭 교수는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은 이들만 성체를 모실 수 있다”는 말도 환대받지 못하고 배제된다는 섭섭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교수는 가톨릭 신자들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성체에 대한 천주교의 신심이나 교육, 관심이 개신교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감실을 자세히 보면서 천주교가 절차에 따라 성체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을 직접 봤다며, “그런 것을 개신교에서도 많이 얘기하고 있다. 성찬을 준비하고 마감하는 것이 더 거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가톨릭 신자들이 개신교의 성찬을 폄하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말고, 인정해 주고 영성체 경험 이야기도 나누면 서로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3월 5일 열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에서 강사들과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날 강의에서 심광섭 교수와 송용민 신부는 천주교가 7가지 성사(세례, 견진, 성체, 고해, 혼인, 성품, 병자성사)를 유지하는 반면, 개신교는 성경에 기록된 것만 성례로 인정한다는 종교개혁의 원리에 따라 ‘세례’와 ‘성찬’(성체) 2가지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광섭 교수는 “유럽의 개신교도 말씀(성경)과 성례(성사)가 교회를 구성하는 두 축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개신교가 성찬을 잘 하지 않는 것은 20세기 초 회심부흥운동을 통해 교회가 성장한 것, 심령을 각성시키는 설교가 지배적인 교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최근 교회 성장이 정체되고 오히려 줄어드니까 이를 어떻게 종교적으로 거룩하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관심사가 바뀌는 것 같다”며 전례력(교회력)을 지키거나 전례를 중시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는 2014년 창립한 초교파 단체인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교파에서 추천한 평신도 50명이 참여하고 있다. 4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일본 나가사키 교회 일치 현장 학습도 예정돼 있다.

남은 강의와 토론은, 다음 주는 쉬고, 3월 19일부터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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