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치 아카데미도 개강

입당 성가는 ‘큰 영광 중에 계신 주’라는 개신교 찬송으로, 복음 선포는 한국정교회 한의종 신부, 강론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강복은 한국천주교회 김희중 대주교와 한국기독교장로회 황용대 목사. 이렇듯 다양한 그리스도의 종파가 모여 함께 기도를 드렸다.

이 자리는 22일 저녁 7시에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였다.

▲ 22일 저녁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특히 이번에는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작년에 만들어진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주최했다. 신앙과 직제협은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 기독교교회협의회에 참여하는 개신교단이 모인 초교파 단체다.

이번 기도회의 순서와 내용은 2015년 일치기도주간의 국제준비위원회로 지명된 브라질교회협의회가 만든 자료를 따라 진행됐다.

브라질교회협의회는 요한복음 42장에 나오는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찾는 것을 바탕으로 ‘일치의 길에 물이 가득 찬 우물이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기도회에서 길과 물로 그리스도인 일치의 모습을 표현하기를 권유했다.

이를 위해 교회의 대표들이 수반에 물을 붓는 예식이 거행됐다. 각자의 물이지만 우리의 물이 되는 모습을 통해 다양성 속에 일치를 상징한 것이다.

▲ 기독교한국루터회 부총회장 한영복 목사가 물을 붓는 예식을 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강론을 맡은 김영주 목사는 세월호참사,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을 언급하며 “가난하고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람들, 즉 우리에게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부족하고 힘이 없지만, 함께 손을 잡고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감격을 맞이하는 한 해가 되길”빌면서 “살만한 가치를 느끼는 사회를 만드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자”고 했다.

이어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신앙의 한 우물에서 같은 물을 마시길 바란다는 인사말을 했다. 그는 일치기도주간은 “다른 이들 안에 있는 풍요로운 가치를 알아볼 기회”라고 강조했다.

퇴장 성가는 가톨릭성가인 ‘하나되게 하소서’였다.

한국에서 그리스도교 간의 일치 운동은 1965년에 성공회와 천주교가 서로 방문해 기도회가 처음으로 열렸으며, 1986년부터 기독교교회협의회와 천주교, 정교회, 루터교가 함께 주최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합동기도회를 열었다. 2002년에 기도회의 이름이 일치기도회로 바뀌었다.

▲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에서 한국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축사를 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한편, 기도회가 끝난 뒤에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가 1기 수강생들을 맞이했다. 아카데미는 그리스도교가 어떤 종교인지, 교회 분열의 역사, 개신교와 천주교 사이의 민감한 사안인 마리아 공경 등 다양한 주제로 총 13번의 강의를 진행한다. 1월 22일 개강하여 4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린다. 1강부터 6강은 명동대성당에서, 7강부터 13강은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있다. 3월 중에는 일본 나가사키 교회일치현장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개강식인 이날 축사에서 “같이 한 자리에서 신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아카데미 3강에서 그리스도인 분열의 역사에 대해 강의한다.

정교회의 신자이자 신학을 공부했다고 밝힌 한 수강생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신학을 공부했고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교파 그리스도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친교한 경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적 지식을 친교 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고 수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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